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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안 된다” 또 윤종규에 태클 거는 KB금융 노조

“3연임 안 된다” 또 윤종규에 태클 거는 KB금융 노조

등록 2020.08.20 17:45

정백현

  기자

노조 “조합원 80%, 윤 회장 연임 반대 의견”사측 “勞, 3년 전처럼 어깃장···이성 찾아야”금융권서 “노조 강경투쟁, 역효과 우려” 지적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점. 사진=뉴스웨이DB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점. 사진=뉴스웨이DB

금융권 안팎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내부에서 만만찮은 걸림돌이 등장했다. 금융권 최대 강성 노조로 알려진 KB금융그룹 노조가 3년 만에 또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향해 태클을 걸고 나섰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는 20일 서울 여의도동 KB금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지난 12일 1만7231명의 조합원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7880명을 대상으로 윤 회장 연임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5%인 6264명이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3년 전에도 같은 설문을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81.4%가 반대했다”며 “윤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증거”라면서 날을 세웠다.

KB금융은 지난 1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확정한 차기 회장 선출 관련 세부 준칙을 공개하면서 공식적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현재 10명의 1차 후보군(롱 리스트)이 마련돼 있으며 오는 28일 4명으로 후보군(숏 리스트)을 추리게 된다. 4명의 후보는 오는 9월 16일 심층 인터뷰 면접 평가에 참여하게 되며 이후 회추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회장 후보 1인이 결정된다.

앞서 노조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되자 “뻔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며 “10명의 1차 후보자군(롱 리스트)에 대해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의사가 확인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회추위의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초 KB금융 측은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면서 회장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지난 5월 말부터 약 한 달간의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때 의견 청취 대상에는 노조도 있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말 그대로 사측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듣기만 했을 뿐이며 롱 리스트 해당 인사들의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 사전 확인 등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은 오는 28일에 차기 회장 후보를 4인으로 압축한다고 했는데 윤 회장을 뺀 나머지 9명 모두 차기 회장 도전을 고사한다면 사측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한 바 있다”며 “이는 모든 절차가 윤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도 맞받아쳤다. 롱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에게 회장 후보 포함 여부를 알리고 회장 도전 여부를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KB금융 측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도 자신의 이름이 현재 롱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지 모른다”며 “회장 후보군 관리는 철저히 대외비에 부쳐 이뤄지고 있으며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3년 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노조가 회장 선임 과정에 어깃장을 놓은 바 있다”면서 “올해도 분명히 노조가 회장 선임 관련 대화에 참여했지만 직원들의 설문 결과를 들면서 회사 안팎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3년 전인 2017년 가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2017년 9월 KB금융 노조는 “회장 선임이 날치기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회장 선출 의결 현장인 서울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현재 철거)에서 장시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윤 회장은 큰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김옥찬 KB금융지주 부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최종 숏 리스트에 들었으나 회장 도전을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회장 후보에 ‘무혈 입성’했다. 이번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후 윤 회장과 노조는 그리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노조는 “윤 회장의 재임 중 과도한 단기 성과주의가 퍼져 업무 강도가 심화됐다”면서 윤 회장을 비판했고 윤 회장도 “노조가 경영진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냐”면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토로한 적이 있다.

결국 노사 간의 극렬 대립으로 지난해 1월 그룹 내 최대 조직인 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해 전국 600여곳의 영업점에서 영업에 차질을 빚는 등 강경 국면에 다다르기도 했다.

사실상 연임 가능성이 큰 윤 회장과 노조가 단기간에 의견 차이를 좁힐 가능성은 적다. 더구나 회장 선임이 회추위원들의 객관적 판단에 근거해 이뤄지는 만큼 노조의 지나친 비판은 KB금융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며 회장 선임 과정에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정말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회장 선출이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자세를 더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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