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덮고 VIP 대접까지···금감원이 ‘옵티머스’ 비호한 걸까

최종수정 2020-08-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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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대표-양호 전 회장 녹취록 파문
최흥식 전 원장·이헌재 전 부총리 등장
금감원 비호 속 대법원 로비까지 시도
2017년 사기 제보에도 금감원 조사 無

옵티머스자산운용 서울 강남 본사. (사진=이수길 기자)

5000억원대 펀드 사기 사건인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옵티머스 전현직 임직원들이 전직 금융감독원장 등의 비호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 옵티머스 펀드 관련 사기 제보를 받고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기에 옵티머스 경영진과 법조계, 전현직 금융당국 실세들 사이에 로비가 의심될 만한 정황이 담긴 녹취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옵티머스운용 회장으로 있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최근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재현 대표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들의 통화 속에는 김 전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대주주 승인 및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들은 2017년 당시 옵티머스 전 대표이자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전 대표는 김재현 대표와 금전 문제로 다툼을 하다가 2017년 6월 회사 경영권을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대표는 70억원대 횡령과 조세 포탈, 상해, 성범죄 혐의 등으로 수사받던 2018년 3월 돌연 해외로 출국했고, 같은 해 7월 금감원은 옵티머스 최대주주를 이 전 대표에서 양 전 행장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김재현 대표는 양호 전 회장과의 통화에서 “금감원에서는 그걸(이혁진 전 대표 관련 판결) 확정시켜줘야 진행을 하겠다”며 “대법원에다가 어떻게 좀 로비를 하든지 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앞두고 대법원 로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양호 전 회장은 비서와의 통화에서 “다음 주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며 “김 대표 차량번호를 문자로 전송해달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김 대표는 양 전 회장에게 “금감원에서 이 정도로 우호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양 전 회장은 당시 금감원장이던 최흥식 전 원장과의 친분도 한껏 과시했다. 양 전 회장은 뉴욕은행 한국지사장, 미국 LA 한인은행인 나라은행장 등을 역임한 인물로 국제금융업계뿐 아니라 국내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고, 최 전 금감원장과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옵티머스 자문단에 이름을 올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도 이들의 통화에 자주 등장했는데, 양 전 회장과 이 전 부총리 역시 경기고 동기로 평소 친분이 매우 두터운 사이다. 이에 김 대표는 “양 회장이 이 전 부총리의 친구이자 현 금감원장의 고등학교 선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장관과 제1대 금융감독원 원장, 증권감독원 원장, 은행감독원 원장 등을 역임했고,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내는 등 ‘초호화’ 명단을 자랑하는 옵티머스 자문단 중에서도 가장 거물급 인사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017년 11월 이혁진 전 대표와 옵티머스운용 전 임직원들이 펀드 관련 사기 혐의를 제보했지만,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 내용은 옵티머스운용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자금으로 우량채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한 것으로 가장하고, 실제로는 사모사채에 불법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현재 드러난 옵티머스의 사기 수법과 구조가 같다.

이 전 대표는 금감원 제보 후 같은 해 12월에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현 대표와 양호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이첩 했으나 2018년 4월 각하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해당 제보를 받은 것은 맞지만, 검찰과 경찰이 각하한 건이라 추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즉 수사 권한이 없는 금감원은 검경이 각하한 사건에 대해 따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당시 제보 내용대로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불법 운용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제보를 통해 사태를 조기에 막을 수 있었지만, 금감원이 이를 묵살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사당국과 금감원 중 한 곳이라도 제보 내용을 꼼꼼히 확인했다면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불어나진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드러난 정황들을 볼 때, 옵티머스운용을 비호하는 정관계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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