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역대급 적자’에 무거워진 어깨

최종수정 2020-08-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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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적자 확대···상반기만 1505억
코로나19 여파로 창립 이래 최악 실적
취임 3개월차 김 대표, 위기 돌파 과제
재무건전성 개선·경쟁력 강화 방안 필수

그래픽=박혜수 기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어깨가 유난히 무겁다. 국내 1등 저비용항공사(LCC)의 조타기를 잡은 김 대표는 취임 2개월 만에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4~6월)에 연결기준 매출 360억원, 영업적자 847억원의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8.5% 급감했고, 영업적자 규모는 209% 가까이 불어났다. 당기순손실은 832억원으로, 182%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주식매매계약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0억원의 회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만약 회수 불확실성으로 대손충당금이 설정된다면, 당기순손실은 최대 180억원 가량 늘어난 1012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증권사들이 추측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 854억원 적자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한 1000억원대 분기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점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매출은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제주항공이 699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반토막난 300억원대에 그쳤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는 매출 2653억원, 영업손실 1505억원을 냈다. 작년 2분기 대비 매출은 6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적자전환한 1846억원이다.

제주항공이 800억원대가 넘는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세운 ‘최저 실적’도 갱신했다. 1000억원이 넘는 반기 적자 역시 최초다.

제주항공이 사상 최악의 실적부진에 빠지면서 김 대표의 부담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수순에 돌입한 지난 6월 공식 취임했다. 외부 리스크에도 불구, 최고경영진(CEO) 교체로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코로나19 여파는 예상보다 강했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유일하게 국제선 셧다운(운항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급격한 여객 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임원급 임금 반납과 전직원 순환휴직 등 비용절감 노력에도 영업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해온 이스타항공 M&A도 결국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2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스타항공 미지급금을 떠안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바닥난 현금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 15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표의 첫 과제는 ‘제주항공의 난기류 탈출’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에서 30년간 재무·전략 경험을 쌓은 김 대표가 제주항공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경쟁력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지난달 2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정부의 금융 지원을 확보하고 유상증자와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소중한 일터를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통상 3분기는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 수요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현재 10%대 안팎인 국제선 운항률은 20% 수준으로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안고 제주항공 대표로 영입됐다”며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경영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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