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파산만은 피하자’···이상직·최종구 해법찾기 골몰

최종수정 2020-07-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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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정관리 언급···선제적 도움 기대 힘들어
사모펀드 등 투자자 물색 혈안···외부 수혈 절실
전북도 등 연고 지자체 지원으로 국내선 재개라도
이 의원, 곧 수습책 발표···비판여론 압박감 느낀듯

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포기로 존폐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이 전방위적 생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부 수혈을 위해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는 한편, 창업주와 경영진은 ‘이스타항공 살리기’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30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스타항공 사태에서 한 발 물러나 있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자본잠식 상태여서 고려할 사안이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이 M&A 계약을 공식 파기한 지난 2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제시해야 도와줄 수 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종합해 보면,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인 회생안을 들고 와야지만 국토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제적인 도움은 힘들다는 얘기다.

이스타항공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현재 사모펀드 3곳과 기업 2곳과 투자 유치를 위해 접촉 중이다. 아직 단순 논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거나 항공업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잠재적 투자자들은 이스타항공의 상당한 채무 규모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금융채무 탕감 등이 이뤄진 뒤에 제3의 인수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김 장관이 언급한 법정관리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백지화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미지급금 때문이다. 양 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주식매매계약(SPA)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조업비, 정유비 등 1700억원 넘게 쌓인 미지급금을 이스타항공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동성이 바닥난 이스타항공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만약 투자를 이끌어 낸다면,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헌납한 지분을 넘기거나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알짜 운수권에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군산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이스타항공은 전북도와 군산시 등 연고지에도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군산시청의 경우 이스타항공 주식 2.06%를 가진 주주로, 일정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전북도는 보유 지분이 없지만, 지역경제 위축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긴급 지원을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타항공은 우선 이 돈으로 항공운항증명(AOC)를 재획득한 뒤 국내선 운항이라도 재개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전노선 운항중단(셧다운) 여파로 5월 말 AOC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AOC 복구를 위해선 국토부에 최소 3주전에 갱신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최소 300억원, 최대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비용절감을 위한 기재 반납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지만, 올해 연말까지 10대 안팎 규모로 축소하기로 했다. 최근에 반납한 보잉 B737 1대를 포함해 총 9대의 리스 계약을 종료한 이스타항공은 추가로 2대를 더 반납한다는 계획이다. 리스료를 줄여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창업주인 이 의원은 현 경영진과 함께 다음주께 대책을 내놓기을 예정이다. 그동안 최종구 대표와 김유상 경영본부장 뒤에 숨어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의원 일가가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을 발표하던 지난달에도 김 전무가 이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 의원은 이번 M&A 무산의 책임을 전적으로 제주항공에 미뤄왔다. 그는 최근 지역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제주항공이 이른바 ‘먹튀’를 했고, 자신이 헌납한 지분으로 체불임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 도와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태도는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사재출연 요구가 빗발쳤고, 대내외적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 의원은 정치적 위상 추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결국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의원과 최 대표가 M&A 무산 이후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회생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 의원이 자신과 관련된 잇딴 의혹을 해명하는 한편, M&A 무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노조와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것은 걸림돌이다. 사측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는 체당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 의원을 조세포탈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초 이 의원 자녀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도 함께 고발할 계획이었지만, 법리 검토 과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강성노조의 컨트롤이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이 파산하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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