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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린 제약사 대주주의 매도 폭탄

개미 울린 제약사 대주주의 매도 폭탄

등록 2020.07.27 14:57

고병훈

  기자

부광·신일 오너 일가 등 지분 처분···‘주가 급락’ 코로나19 백신 기대에 급등하자 앞다퉈 차익 실현관련 뉴스에 신일 하한가 직행,부광약품도 급락세 증권가 “도덕적 문제···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몫”

개미 울린 제약사 대주주의 매도 폭탄 기사의 사진

최근 주가 급등을 틈탄 제약·바이오기업 대주주들의 매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백신 관련 수혜주가 급등한 사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회사 주식이 올랐을 때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도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부광약품은 최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이 257만6470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처분단가는 3만9155원으로 총 규모는 1009억원에 달한다. 이에 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12.46%에서 8.48%로 크게 줄었다.

정 부회장의 주식 처분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부광약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93%(3250원) 급락한 3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1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부광약품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따른 호재에 힘입어 연초 대비 30% 이상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근 주가 급등을 틈타 차익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날 부광약품은 자회사 다이나세라퓨틱스의 항암제 SOL-804의 조성물 특허(친유성 화합물의 고체 경구제형)가 일본특허청에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특허 등록은 제약사 주가에는 일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하지만, 부광약품은 정 부회장의 주식 대량매도와 함께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대주주의 주식 처분은 신일제약에서도 나타났다. 신일제약은 창업자 홍성소 회장의 배우자 신건희 씨를 비롯해 형동생, 친인척 등 오너일가가 일제히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성소 회장의 배우자인 신건희 씨는 이달 8일부터 23일까지 보유 주식 총 6만주를 일곱 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특히 신일제약 주가가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20~23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이 기간 홍 회장의 형인 홍성국 전 대표와 동생인 홍승통 전 대표도 각각 8만2000주, 5만주를 팔아치웠다. 총 취득금액은 약 73억원 규모다.

신일제약은 생산품인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이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연저점(1457.64)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 4500원에 머물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5만8100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창업주 일가가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27일 주가는 장중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특별관계자와 회사 임원들이 회사 지분을 팔아치워 현금화한 금액만 2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상장 이후 한동안 주가가 1만원대에서 오르내렸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간암치료제로 개발한 ‘펙사벡’ 임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같은 해 11월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조원을 웃돌았다

문은상 전 대표는 신라젠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2017년 12월 156만2844주를 주당 8만4000원대에 매각해 132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비슷한 시기에 문 전 대표 외에도 그의 친인척인 곽병학·조경래·문상훈·임수정 씨 등 특별관계자 4명이 지분을 대량 매도했고, 이 사실이 1월 초 공시되면서 신라젠 주가는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데, 3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들이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3상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국에서 3상 권고 중단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최고치의 약 10분의 1 수준인 8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6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현재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상태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간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제넥신 등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등 시세차익을 노린 대주주들의 ‘주식 내다팔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는 통상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면서 “여기에 각종 루머와 불공정거래, 대주주 매도까지 더해질 경우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 급등을 틈탄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주주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등 도덕적 문제는 피할 수 없다”며 “백신 관련주와 같은 테마주 열기에 휩쓸려 투자했다가 자칫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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