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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자율영역” 금감원의 이유있는 ‘유체이탈’ 화법

[여의도TALK]“사모펀드는 자율영역” 금감원의 이유있는 ‘유체이탈’ 화법

등록 2020.07.23 14:29

허지은

  기자

2015년 이후 관련 규제 완화···운용사·펀드 난립금감원 사모펀드 전담 감독부서도 2018년 사라져“사모펀드, 사건 터지기 전 실체 규명 어려워” 토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사진=허지은 기자 hur@newsway.co.kr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사진=허지은 기자 hur@newsway.co.kr

“사모펀드는 투자대상 선정, 계약의 내용 등이 사적인 영역이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출 등에 대한 감독 사항은 갖지만 다른 운용이나 절차 상의 감시는 자율에 맡긴다. 실제 투자된 자금이 그쪽(운용사) 쪽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는 깊게 파고들기가 한계가 있다”

최대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간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투자금의 60%는 회수 가능성이 낮고, 나머지 40%는 출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는 절망적인 내용이 나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사모펀드는 사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라는 다소 유체이탈적인 발언을 내놔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23일 옵티머스자산운용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사적 유용은 금감원 조사만으로 밝히기엔 한계가 있다”며 “검찰 수사나 강제적 수사의 방식으로 실체가 규명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 자체 검사로는 단지 자본시장, 금융 관련 법의 위반에 대한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말대로 사모펀드 감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에서 금감원의 사모펀드 감독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책에선 사모펀드 운용사를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자기자본 20억원, 전문인력 3명 이상 등 조건만 맞추면 인가를 내줬습니다. 운용사가 금감원에 3개월마다 보고해야 했던 ‘운용전략 및 투자대상 자산의 종류’와 ‘투자위험 관리 관련 사항’도 삭제했습니다. 사모펀드 문턱을 낮추고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였죠.

규제 완화로 운용사와 사모펀드 수는 폭증했습니다. 2014년 86곳이던 운용사는 지난해 292곳으로 늘었습니다. 이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수도 1만개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내에 있던 사모펀드팀도 지난 2018년 상품심사팀과 합쳐진 ‘펀드심사팀’으로 일원화됩니다.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이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에 힘이 실립니다.

지적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방향’ 자료를 통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해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라임 사태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알펜루트, 디스커버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고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옵티머스의 경우 주된 피해가 고령층에 집중돼 죄질이 더욱 좋지 않다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옵티머스 투자자 중 60대(259명)와 70대 이상(215명)은 총 474명으로 전체(982명)의 48.2%를 차지했습니다. 피해가 예상되는 개인 투자자의 절반이 60대 이상 고령층인 셈입니다. 이들이 설정한 펀드 자금은 개인 투자자 전체 투자금의 53%인 1288억원에 이릅니다.

반복되는 사모펀드 사고를 두고 나온 감독당국의 ‘사모펀드는 자율 영역’ 발언은 지난 몇 년간 날개가 꺾인 감독 당국에 대한 자조적인 발언으로 보입니다. 운용사 차원에서 투자 대상이나 계약 관련 사적 유용이 발생하더라도 금감원 검사로는 한계가 있어 검찰 등 강제적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벤처·혁신 기업들에 대한 건전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며 “사모펀드 관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국민적 실망이 커지고 전체 자산운용 시장에 대한 신뢰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업계의 노력이 시작된 만큼 당국의 권한에도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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