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수순 이스타항공, 극적 생존 시나리오 없다

최종수정 2020-07-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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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공식적인 SPA 파기 선언
대주주, 사재출연에 부정적···지분헌납으로 손 떼
재매물 나와도 자금부담 탓 새 인수자 등판 힘들어
보유 주식·자산 처분 등 자체 마련 가능 현금 미비해
이스타홀딩스 제외한 다른 주주나 정부도 등 돌릴듯

이스타항공, M&A 관련 중요사항 발표 긴급기자회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이 ‘메가 LCC’를 목표로 추진하던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7개월 만에 끝내 불발됐다.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인수 주체 제주항공으로부터 버려진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3월2일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과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면서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번 M&A는 제주항공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다.

이에 지난해 12월 경영난이 심화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식으로 초대형 LCC를 탄생시키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스타홀딩스에 먼저 접촉해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3개월 후 SPA를 맺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변수로 부상했다. 항공 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노선 운영이 크게 줄면서 제주항공은 자금난에 빠졌다. 전직원 순환휴직과 임직원 급여반납 등으로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은 제주항공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스타항공은 2월부터 직원 임금을 주지 못했고, 조업사와 정유사 등에 지불해야 할 대금도 결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3월부터는 전노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다.

제주항공이 이번 M&A를 공식적으로 무산시키면서, 이스타항공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현금이 유입될 방안이 전무하기 때문에 파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주주가 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이스타항공 창업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표면적으로 이스타항공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실질 지배력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의원 일가는 사재 출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결정한 지분 헌납은 앞으로 이스타항공 경영과 M&A와 관련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뗀 만큼, 금전적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 의원은 전날 한 지역라디오에 출연해 체불임금 등은 제주항공이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이미 내놓은 지분으로 밀린 임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인수가 불발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살려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이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오더라도, 새로운 인수자가 등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만큼, 매력도가 떨어져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업황이 회복되려면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2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지급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전노선 셧다운으로 5월 말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됐다. 운항을 재개하려면 감항증명과 소음저감증명 등을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에 수반되는 검사 항목만 1000개에 달한다. 보유 중이던 항공기 23대 중 8대도 이미 반납했다.

이스타항공 자체에서 주식 매각이나 자산 처분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미비한 수준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이스타포트(100%)와 한국항공서비스(3.7%), 한국항공우주산업(KAI, 0.4%)를 들고 있다. 전문항공정비기업인 제이에스에비에이션 지분 10%는 지난해 말 10억원에 처분했다.

이스타포트와 한국항공서비스는 시장성이 없는 지분증권으로, 장부가액 기준 각각 3억원과 5억원에 불과하다. KAI의 경우 주식 처분으로 확보되는 금액은 고작 250만원이다.

대주주 이스타홀딩스(비디인터내셔널 포함)가 회사를 포기한 만큼, 나머지 주주들 역시 등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프로젠KIC 2.70%(26만2000주), 군산시청 2.06%(20만주), 삼성증권 1.82%(17만6794주), 에이스투자금융 0.5%(5만주) 등이 48.83%를 보유 중이다.

정부도 추가적인 지원과 관련해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등의 대책으로는 회생할 수 있는 여지가 낮다. 계속기업(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만큼, 결국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근로자 1600여명의 대규모 실직 사태는 물론,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대금 정산을 못한 협력업체들의 위기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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