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석 포기·이상직 외면···공중분해 수순밟는 이스타항공

최종수정 2020-06-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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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CB 발행일 무기한 연기···경영난에 인수 부담
이스타홀딩스, 자금확보 경로 의혹···불투명 경영 논란
내부선 실질 대주주 경영개입 폭로···회사는 “사실무근”
구조조정·체불임금 떠밀기, 딜 종료까지 버틸 여력 없어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여파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은 매각 절차의 변수로 떠올랐다.

◇제주항공, 인수자금 마련 CB 발행 두 차례 연기=제주항공은 지난 26일 이스타항공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예정일을 무기한 연장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을 당시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해 일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계약을 맺었다.

당초 제주항공은 지난 4월29일에 CB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지면서 납일일을 6월29일로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이날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데드라인이라고 봤다.
제주항공은 납입일을 한 차례 더 미뤘다. CB 발행일을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하는 날’로 바꾼 것이다. 아직 해외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거래 선결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꼽았다. 또 이스타홀딩스가 CB 대금을 납입하지 않는 것이 인수 계약 종료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유탄에 자금난…애경그룹은 후폭풍 우려=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계약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주항공의 자금 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1분기에 영업적자 657억원, 당기순손실 1014억원으로 역대 최악의 분기 실적을 찍었다. 2분기는 더욱 녹록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이 영업적자 855억원, 순손실 640억원을 낼 것으로 관측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영업적자 793억원, 당기순손실 908억원을 기록했다. 100% 자본잠식 상태에도 빠졌다. 코로나19 쇼크가 휩쓴 1분기 역시 자본총계가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월부터는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만큼, 수입 없이 빚만 늘고 있는 상태다.

제주항공 뿐 아니라 애경그룹 내부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이번 인수 작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가 상당하고, 제주항공의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위기는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강행하며 제주항공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을 위해 제주항공 측에 후보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6일 다시 임시 주총을 열기로 했지만,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실질 대주주 향한 의혹에 제주항공 부담도 가중=이스타항공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M&A 작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설립될 당시 새만금관광개발이 지분 49.4%로 최대주주였다. 새만금관광개발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소유한 KIC그룹 계열사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 총괄 회장을 역임하다 정계에 진출하면서, 친형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 낙선 후 2016년부터 2년간 다시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 시기에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 딸과 아들이 지분 100% 보유한 회사다. 이스타홀딩스 설립 당시 자녀들의 나이는 딸이 20대 중반, 아들이 10대 중반에 불과했다.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은 약 1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자금 확보 경로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투명한 경영구조도 논란을 가중시킨다. 이스타홀딩스는 2017년 외부감사를 맡은 한림회계법인으로부터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결거절’ 통보를 받았다. 또 이스타홀딩스 투자 부문 계열사인 이스타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이 공식적으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자녀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관여해 왔다는 합리적 의심도 무리는 아니다. 노조는 이 의원이 실질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 관련 회의를 주재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어떠한 불법과 위법행위도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타이이스타제트와의 찜찜한 관계도 문제다. 타이이스타제트는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과 현지 기업 타이캐피털의 합작사다. 이 회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가 취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회사는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제트의 항공기 리스 보증을 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심은 확산됐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지급 보증에 나선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제주항공 측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인수잔금을 치루기 전까지 타이이스타제트와의 관계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니탓내탓’ 진실공방…매각가 깎아줘도 요지부동=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의도적 인력감축 의혹을 받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대신, 인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국민연금 등 4대보험료를 미납하고 이를 유용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의견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제주항공은 “그런 적이 없다”며 맞대응했다.

약 250억원의 체불 임금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제주항공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주항공은 사실이 아니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한 발 물러서 매각대금을 110억원 깎아주기로 했다. 또 체불임금 중 절반에 달하는 110억원을 매각대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에 110억원을 깎아주고 추가로 매각대금에서 110억원을 부담한다는 것인지, 깎아준 매각대금 만큼을 임금체불 해소에 사용하라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신경전이 장기화되면서 도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이 사실상 협상 시기를 미뤘지만, 딜 종료까지 버틸 여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 하루 빨리 인수가 완료되거나, 정부의 LCC 유동성 지원 대상에 올라야한다”며 “하지만 2가지 모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탈 직원도 급격히 늘고 있어 사실상 문 닫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29일 오후 2시 강서구 본사에서 M&A 진행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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