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에 1심 패소한 김기병···동화면세점 존폐 위기

최종수정 2020-06-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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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1심서 788억 지급 판결
롯데관광개발 제주 리조트 사업에 대규모 투자 중
면세업 위축으로 동화면세점 청산 가능성 거론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존폐 기로에 섰다.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최근 호텔신라와의 소송 1심에서 패소, 호텔신라에 수백억을 상환해야 하지만 사실상 변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전망이나 최악의 경우 동화면세점의 청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자신을 상대로 호텔신라가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 788억1047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김 회장과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지분 30.2%를 서로 갖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호텔신라가 2013년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의 용산개발사업 부실 해결을 위해 600억원을 빌려줬는데, 3년 후 김 회장이 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담보로 설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받을 수 없으니 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2017년 제기해 3년 여만인 이날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김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이며, 지난해 말 기준 동화면세점 지분 41.7%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김 회장과 호텔신라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한 2016년부터 면세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지분 30.2%를 가져가라고 요구한 것이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만약 김 회장으로부터 30.2%의 지분을 넘겨받았다면 기존 지분 19.9%를 합쳐 지분율이 50% 넘어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번 1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 수백억원의 돈을 돌려주고 담보로 설정됐던 30.2%의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 물론 김 회장이 700억원이 넘는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김 회장이 보유중인 롯데관광개발 주식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2500억원이 넘는다. 김 회장이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일부 정리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 회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조트는 김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인 만큼 차라리 동화면세점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동화면세점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시장이 위축된 만큼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청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중견면세점이지만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광화문 사거리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서울에 대기업 시내면세점이 우후죽순 생겨난 2015년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했고, 2017년에는 구찌,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매장이 철수하고 영업시간도 단축하는 등 위기가 시작됐다.

실제로 동화면세점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3549억원에서 지난해 2933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동화면세점은 2016년 적자 전환했는데, 이때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누적 적자 6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다만 동화면세점이 국내 1호 시내 면세점으로 의미가 크고 김 회장이 면세업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장 면세업을 포기하기보다는 항소를 포함한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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