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가 ‘아시아나’ 포기했다고 보는 이유 3가지

최종수정 2020-07-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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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종결시한 하루 앞둬
①뻔질나게 이동걸 회장 찾던 정몽규, 대꾸 안해
②“문서로만 얘기하자”···거래조건 변경만 매달려
③돈줄 겸 후견인 박현주, 호텔사업 발빼기 올인

정몽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

“시장에서는 이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KDB산업은행으로서는 HDC에 매달리기보다) 새 인수자를 찾는게 보다 빠르지 않을까한다는 얘기가 시장에 파다합니다.”(A 금융창업투자사 대표이사)

“미래에셋대우의 행보도 잘 살펴 봐야한다.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한 건 고려대 선배이자 공동 인수자인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조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박 회장의 자세가 달라지는 기류도 (정 회장이)감안하고 있을 것이다.”(B 투자사 관계자)
아시아나항공 M&A 종결시한(주식매매계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몽규 HDC회장이 아시아나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론 냈다는 관측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9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조건 재협의 등을 통해 인수작업이 성공적으로 종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이를 곧이 곧대로 믿고 있지 않다는 의미. 재협상이나 원점 재검토 수준이 아니라 포기수순을 밟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딜 불발을 예상한 또다른 인수 희망자가 꽤 오래전부터 자금마련 등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
이런 정몽규 회장의 아시아나 인수 포기설의 근거는 뭘까. 시장에선 다름아닌 정 회장에게서 답을 찾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HDC그룹에서 정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명시적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엔 임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해 그룹 임원진들에게 “반드시 인수하라”라고 특명을 내리던 정 회장은 온데간데 없다. 최근엔 “급한 게 없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몽규 회장의 결심이 가장 중요한데 그는 요지부동이다.

뉴스웨이가 전문가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한을 미루면서 아시아나 몸값 낮추기(매각조건 협상)가 아닌 포기설을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살펴봤다.

①이동걸 찾아가던 정몽규, 사실상 ‘침묵’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간 딜 상황에서 조급한측은 산은으로 봐야한다.

지난 2019년말 대비 4조5000억원 이상 늘어난 아시아나 부채를 비롯해 자본잠식, 코로나19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수시 당장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하는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다.

반면 산은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시 책임론에 휩싸일 게 불보듯하다. HDC측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한다면 최악의 경우 KDB아시아나항공의 탄생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딜의 키를 쥐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침묵모드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해 모빌리티 그룹을 선언하던 정 회장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동걸 회장은 그와의 만남을 연애편지에 비유하는 등 회동 제의에 나섰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서면 협의를 얘기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대면 협상장에 나올 것을 현산에 촉구했지만, 정 회장은 열흘째 가까이 침묵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이동걸 회장을 수시로 찾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현안을 논의하던 정 회장은 지난 3월 이후 아예 여의도행(KDB산업은행 본점)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동걸 회장은 지속적으로 정 회장과의 만남을 원하지만, 정 회장은 이에 제대로 응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그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볼수 있는 증거가 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서 두 회장간 만남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아시아나항공 딜과 관련된 의미있는 결론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두고 국내 대형 법무법인을 추가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문서로만 대화…아시아나 거래포기 명분쌓기?

정몽규 회장뿐만 아니라 협상 당사자인 HDC현대산업개발측도 사실상 문서로만 대화에 나서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장문의 공식 입장을 밝힌 이후로 사실상 ‘침묵 모드’에 돌입한 상태.

이렇다보니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간 ‘책임공방’마저 빚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자들간 협상은 빠진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서면 반박’ ‘보도자료 배포’에 급급한 상황마저 연출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HDC현대산업개발측이 입장문에 아시아나 부채가 급증하고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계약 조건 변경이 불가피한 근거를 상세히 나열한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기 위한 협상 카드일수도 있지만,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봐야할 수 있다는 것이다.

HDC가 재협상을 요청하면서도 특정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인수 포기 근거로 든다. 입장문 발표 후 산은이 요청한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은 점도 주장을 뒷받침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딜 포기 후 이행보증금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선 입장문 등이 거래무산 귀책을 상대편으로 돌리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HDC는 아시아나 인수 보증금으로 거래액 2조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납부한 상황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 해양 인수 무산 이후 소송을 거쳐 이행보증금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을 돌려받은 전력이 있다.

③한배 탄 박현주와도 교감?…호텔사업 휘청

아시아나항공 공동 컨소시엄인 미래에셋대우의 실질적 오너이자 정 회장의 고려대 선배인 박현주 회장과도 교감이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서 2조5000억원을 제시했고 미래에셋대우는 그 가운데 현금 약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호텔산업과 항공산업에서 대규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19사태 등으로 사업이 모두 뿌리채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정 회장의 든든한 자금줄이자 후견인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의 호텔사업 등 위기는 정 회장으로서도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호텔인수 계약해지를 추진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호텔을 인수하고 이와 함께 항공사 인수에도 참여해 관광산업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미국 호텔인수에서 물러나면서 이런 구상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미국에 있는 호텔과 리조트 15개를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7조원가량에 사들이기로 했지만 최근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에 들어갔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투자매력이 최근 급격히 줄어든 데다 연관성이 큰 호텔업 투자를 중단하면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몽규 회장으로서는 믿었던 미래에셋그룹까지 흔들린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가는 길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뒤 “무리하면 HDC그룹 혼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겠지만 여러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현주 회장의 안목이나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함께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펜데믹 현상에 따른 항공산업과 호텔산업의 글로벌 경기위축이 박현주·정몽규 두 회장들에게 항공업 진출 의지를 꺾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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