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TALK]증권사 구세주 IB가 콜센터로 좌천?

최종수정 2020-06-1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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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 환경 악화로 구조조정
A사, 정규 IB 인력 콜센터 등 발령
초대형 꿈꾸다 조직비대, 고육지책

연합뉴스 제공.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최근 대형 A증권사 IB(투자금융) 직원들 중 일부가 콜센터로 발령받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돕니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출장 업무가 많은 IB 부문 인력들이 할 일이 없어지자, 윗선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단행한 일이라는 후문인데요.

사실 2분기 초부터 이 증권사를 비롯해 B사까지 IB 구조조정설이 나돌았지만 A사의 콜센터 발령은 충격적입니다.
증권 IB 업계는 소위 ‘SKY’라 불리는 국내 명문대에 입학해 경영, 경제학을 전공한 이들이 포진한 곳입니다. 유학파 출신도 다수입니다. 전문직에 버금가는 고급 인력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공부는 할 만큼 한 엘리트들이 활약하는 무대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IB 부서 직원을 급작스럽게 콜센터에 보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IB 인력 시장은 딜(Deal)을 성공시켜 실적을 달성한 뒤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식으로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정설입니다. 다시 말해, 경력 단절이 계약직들의 커리어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건데요.
A사는 이런 모든 디테일한 요소를 무시한 채 IB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리테일 고객을 상대하는 콜센터, WM, 지점 업무 등을 이들에게 맡겼습니다.

계약 기간 만료 전인 계약직 인력에 이런 발령을 낸 것이라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이건 그냥 (만료 전) 나가라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회사의 일방적 조치”라며 “명백한 윗선의 갑질”이라는 반응입니다. 안타깝습니다.

A사는 이와 관련 “유휴 정규직 IB 인력을 WM(자산관리) 고객솔루션본부 등으로 ‘인력 재배치’했다”며 “디지털금융부문 안에 있는 콜센터(고객케어본부 고객센터) 발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콜센터가 아니라 자산관리 부서로 이동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지난 1분기 공시에 따르면 IB 부문이 포함된 A사 본사 영업 정규직은 577명, 계약직은 343명입니다. IB부문 전체 인력은 지난 5월 기준 340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IB 부문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한 건의 딜만 성사돼도 큰 돈을 벌어와 회사 매출에 기여하고 개인도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증권맨들의 선망 부서로 꼽혔는데요, 얄궂은 상황이 됐습니다.

현재 IB 업계는 A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때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순풍에 돛 단 듯 잘 나갔던 시절은 지난지 오래입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점검 명령을 받은 해외 부동산 자산을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 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해야 할뿐만 아니라, 딜 가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IB를 다루는 모든 증권사에게 거의 불가피한 일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C사와 D사에서는 또 다른 조직 내 잡음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상시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 관리 관련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조직 전체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같은 시기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져 리테일 부문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 새벽 출근, 밤 퇴근을 하는 등 일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데요. 일이 없는 IB 직원들이 한가로이 꿀같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사기가 저하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는 겁니다.

물론 이전에는 반대 상황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구체적인 구조조정 플랜이 필요한 건 분명해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A사는 비정하다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완벽한 실적 지상주의 경영 방침을 고수하는 일관성은 돋보입니다. 그래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는 걸까요? 코로나19로 뒤숭숭했던 업계 구조조정,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은비 기자 goo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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