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뉴스]정몽규는 왜 산업은행과 직접 협상 요구했나?

최종수정 2020-06-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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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발행가액 조정·구주가격 인하 제안 가능성
5000억원 영구채 출자전환도 쟁점...지분구조 때문
금호산업에서 산업은행으로 협상 파트너 교체 요청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직 회복 되지 않으면서 항공업도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분 구조와 가격 등을 짚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HDC현산은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매각 주체들의 태도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과도한 부채 비율과 독자 행동을 지적하며 금호산업 역시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계약을 연장할 경우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이 아닌 산업은행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HDC현산이 키를 쥔 산업은행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의 재협상 쟁점이 될 가격 조정이나 영구채 출자전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산업은행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가격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상황은 인수 가격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인수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게 HDC 측 시각이다. 인수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가격인 2조5000억원에 비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크기 떨어져서다.

재무제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20년 1분기 말 현재 계약 기준 대비 1만6126% 급증했다. 자본 총계는 1조772억원이 감소하는 등 자본 잠식도 심화했다. 1분기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21.5% 감소한 1조129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82억원과 -5490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HDC현산이 “외부 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 내부 회계관리 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HDC현산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한 이후 지분 구조 상황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이면 향후 산업은행이 주주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산업은행이 HDC현산과 동등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채권단은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이달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투입된다. 이는 자본잠식이 심화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다. 영구채는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지원하며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다. 출자전환하면 채권단은 지분을 30%가량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HDC현산 입장에서 7%대 고금리의 영구채를 출자로 전환하면 금융비용이 사라지게 된다.

HDC현산은 이 문제를 놓고 미리 자신들과 상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의 출자 전환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HDC현산 측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새로 취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영구채 출자전환은 단순히 한 가지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다각도로 봐야하는 부분”이라며 “이보다 HDC현산에서 인수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불안 요소를 잠식시키고자 HDC현산은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의 만기 연장,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면서도 HDC현산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영구 CB의 전환 조건이나 지원 자금의 상환 조건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이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때 유동성을 어떻게 지원하고 지원한 금액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안건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금융지원과 관련해 “지원대상 기업의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주식연계증권의 전환권 행사 등으로 기업의 보통주를 일부 취득하게 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HDC현산 입장에선 인수단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당 유증단가를 최대한 낮추길 바라는 눈치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SPA 체결 당시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사고 2조1771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만큼 HDC현산은 구주 가격 하락, 유상증자 발행가액 조정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월 19일 2270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HDC현산은 원래 계획대로 증자를 한다면 증자의 시점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더 이상 지분 가치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서 이뤄지길 바랄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를 서두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자본을 까먹다가 채권단의 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희석되어 인수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을 해결하기위해서는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아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야기를 나눠야한다. 이 때문에 HDC현산은 계약을 연장할 경우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이 아닌 산업은행이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HDC현산은 “인수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약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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