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좌초 위기···결국 채권단 지배받나

최종수정 2020-06-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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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묵묵부답’ HDC현산에 내용증명 발송
인수 중단시 채권단 관리 아래 고강도 구조조정
에어서울 합병·분리매각 가능성, 금호리조트도 거론
그룹, 금호산업 지분 45% 담보···채권단 입김 불가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새 주인 찾기가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모두 채권단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대규모 정부 자금이 수혈되는 만큼,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재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산에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당초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바 있다. 계약서에는 계약일로부터 6개월 내에 거래가 종결되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최종 거래 완료일은 이달 27일까지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승인심사 등의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거래 종결시한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채권단이 내용증명에서 거론한 계약 연장은 이를 의미한다. 양 측이 합의할 경우, 최종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로 늘어난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내용증명 발송이 가지는 의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HDC현산의 인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거나, 계약 연장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인수전이 어그러질 때에 대비해 소송 증거 확보 차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채권단 행보가 HDC현산의 애매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HDC현산은 채권단의 물밑접촉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이 최종적으로 인수 중단을 선언한다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장 새로운 매수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경영 정상화 때까지 산은 등의 지배 아래 가혹한 구조조정을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자금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돕기 위해 영구채 인수(자본확충)과 대출 등의 방식으로 1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만 2조5000억원이고, 매달 고정비용은 2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시 말해, 정부의 혈세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체제로 돌입하게 되면, 고강도 인력감축이 우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운항률은 10%대에 그친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업황으로 회복하려면 2~3년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인력의 순환휴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015년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급 임금 반납과 비수익 노선 정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력 줄이기 외에는 새로운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격적인 노후 기재 반납에 따른 외형 축소와 비수익 운수권 추가 반납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형항공사(FSC)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매각 주도권을 갖게 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되는 자회사를 손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계열사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이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에어서울은 자생력을 상실한 상태다.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의 금전대여에만 의존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 5일에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300억원을 빌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나 영남권 기반 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병하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할 수 있다.

LCC의 분리 매각도 가능하다. 신생 LCC들이 다른 공항에 진출하기 위해선 최소 3년 이상 거점공항을 유지해야 한다.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 에어로케이는 청주공항 등이다. 이들 업체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운수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 다른 분리 매각 대상으로는 금호리조트가 있다. 금호리조트는 국내 골프장 1곳과 휴양콘도미니엄 4곳, 워터파크 1곳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는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호텔&골프 리조트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만 2000억원을 웃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채권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금호고속은 산은으로부터 1300억원을 차입했다. 이 돈은 앞서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는 데 쓰였다. 대신 산은에 재담보를 잡힌 상태다.

차입금 만기는 4월 말이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난항을 겪자 상환 시기를 연장해 줬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중단에 따라 현금유입 통로가 막힌 만큼, 금호고속이 대출금을 갚을 방법은 뚜렷치 않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매물로 내놓기 전까지 경영 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이를 빌미로 출자나 자금대여 등 대주주의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재매각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은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고, 실적 회복 시기는 가늠할 수 없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만큼 조단위의 인수 대금을 선뜻 지불할 업체가 등판할 것이란 기대감은 전무하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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