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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허공으로” 원유ETN 대란 ···‘욕망·무지·부실’ 종합판

“수천억 허공으로” 원유ETN 대란 ···‘욕망·무지·부실’ 종합판

등록 2020.04.29 15:27

고병훈

  기자

원유 가격 급락에도 ‘묻지마 투자’ 원유개미들 몰려한탕주의·무지가 빚어낸 참극, 위험 경고도 무용지물초유의 사태에 거래소·당국·증권사 모두 ‘허둥지둥’윤석헌 원장 “동학개미군, 돈 벌지 못할 것” 일침

“수천억 허공으로” 원유ETN 대란 ···‘욕망·무지·부실’ 종합판 기사의 사진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인 개인투자자들이 수천억원을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를 이어간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원유ETN 사태를 놓고 개미들의 헛된 ‘한탕주의’와 ‘무지’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입을 모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할 정도로 변동성이 커진 국제유가에 있지만, 저가매수를 노린 개미들의 투기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이 원유 ETN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최고 수준의 위험 경고를 낸 이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1조3000억원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일부 원유 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ETF를 총 1조3649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은 이 기간 10거래일 내내 해당 ETN과 ETF 양쪽 모두에서 연속 순매수 행진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동학개미는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 건데 이름을 너무 좋게 지어줬다”면서 “단기투자 위주인 ‘동학개미군단’ 중 대부분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윤 원장은 “비트코인 문제가 생기기 전후해서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며 “유동자금은 많고 금리는 낮아지는데 부동산까지 억제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동학개미, ETN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유가 연계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1000% 이상 치솟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거래소와 당국에 대한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앞서 거래소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자 단일가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3거래일간 거래를 정지하는 방식으로 괴리율 대응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높은 괴리율로 인해 거래가 잇따라 정지되면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은 투자자들은 연신 불만을 쏟아냈다.

한 개인투자자는 “상장폐지를 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뒤늦게 시작해 투기판을 방치해놓은 셈”이라며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도 거래를 제한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한 거래소의 시장 관리 실패”라고 비판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ETN은 발행회사의 자격 유지, 기초지수 요건, 유동성공급자 요건, 규모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발행회사가 중요한 공시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상장 폐지될 수 있다. 괴리율로 인한 상장폐지 요건은 없다.

다만, 거래소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지수증권의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ETN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막대한 금액의 ETN 펀드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이 LP공급자로서의 성실의무를 위반해 가격이 순자산가치에 비해 과대하게 부풀어지는 상황을 방치했고, 이러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매매 전 고지를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를 했다”며 증권사들을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추락했는데,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해외 원유 선물 거래가 중단되는 전산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미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거래정지를 해놓고 유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는 두 차례에 걸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했다. 또 거래소가 투자자의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시현하는 등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높다”며 “이번 급락은 실수요는 제한된 반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인 매수가 지속되며 나타난 이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연구원은 “6월물 만기를 앞두고 지난번과 같은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의 최대 원유 ETF인 US오일펀드(USO)가 월말까지 6월물을 모두 처분하고 원월물로 구성을 변경하기로 함에 따라 근월물의 등락 폭이 당분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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