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제로, 5조 ELS 때문에”···증권 1분기 ‘실적 쇼크’

최종수정 2020-04-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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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비중 큰 대형사, 순익 감소 가시화
ELS 자체 헤지비용 늘어난 점도 타격
증권가 “한투 순익 감소가 가장 클 것”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지속되면서 증권사의 수익 판도마저도 뒤바뀌고 있다. 즉 저점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그간 천덕꾸리기 취급을 받았던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 부문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표정은 암울하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간만에 활력을 되찾았어도 수혜를 보는 증권사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던 기업금융(IB) 실적이 코로나19(신종 바이러스감염증)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여파로 빨간불이 켜지면서 IB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타격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던 IB 부문이 오히려 실적을 깎아 먹는 걱정거리로 돌변한 셈이다. 아울러, ELS(주가연계증권)의 자체 헤지비용이 늘어난 점도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순익을 갉아먹는 요소가 됐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들(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등)의 1분기 순익은 평균적으로 7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1719억원)보다 60%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주요 증권사들의 IB 실적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IB는 증권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상장(IPO)주선, 인수합병(M&A), 금융자문, 신용공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영업 활동을 말한다.

IB 부문은 주식·채권의 위탁매매 및 운용에 따라 수익을 내는 브로커리지나 트레이딩과 달리 증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증권사들의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IB 활동 자체가 막히면서 증권사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통상 IB활동은 증권사가 고객사와 미팅을 해야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로 IPO 추진 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IPO 등 투자은행관련 IB딜 진행 중단 및 지연으로 관련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52.2% 증가하면서 수탁수수료수익은 견조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ELS(주가연계증권) 운용 손실에 따른 손익 악화 역시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익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ELS 관련 추가증거금 요구로 인한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보유 주식과 채권에서도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ELS 자체 헤지 증권사들은 추가 증거금 요청(마진콜)을 받는 금액이 총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1조원 안팎, 중소형사들 경우에는 1000억~2000억원의 추가 증거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ELS·DLS(파생결합증권) 발행 잔고가 많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글로벌 지수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 운용 손실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이 가장 큰 폭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순이익은 현재 7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심하게는 30억원까지 실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작년 같은 기간에 벌어들인 순익 2613억원보다 78~98%나 줄게 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자체 헤지 전략으로 인해 파생결합상품 헤지운용에서 타사보다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시장금리 하락과 CP 시장 경색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으로 마진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ELS 헤지 운용 ‘명가’로 꼽혀왔던 곳이지만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KB증권의 경우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에 대한 목표가마저 낮췄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ELS 헤지자산 및 지분증권에 대한 손실 부담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IB 실적 둔화 등을 반영해 2020년과 2021년 이익 전망치를 각각 -16.9%와 -10.2% 변경한 점을 반영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9%가량 낮춘 7만7000원으로 제시한다”라며 “ELS와 부동산 PF 등 고수익자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실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투의 경우 금융시장의 정상화가 뒷받침된다면 주가 회복 속도는 업종 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삼성증권 역시 국내 증권사 중 자체헤지 규모가 큰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리스크 역시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연구원은 “보수적인 운용 전략에도 불구하고 자체 헤지 비중이 6개사 중 가장 높아 증시 급락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 1분기 순이익이 434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1172억원)보다 62% 줄은 수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파생결합상품 잔고를 축소해놓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번 증시 급락의 피해는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LS 잔액이 2조4000억원으로 타사대비 1조~2조원 많아 최근의 유가 하락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또 전통적 IB 중 DCM (채권자본시장)부분은 영업이 유지되고 있으나 ECM (주식자본시장)및 대체투자 부분은 코로나 영향으로 연기되고 있어 기업금융 수익 둔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메리츠증권 같은 경우에는 이들 증권사와 달리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자체헤지 비중이 낮아 관련 손실 역시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부동산 PF 규제로 인해 메리츠증권 역시 실적 감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메리츠 1분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전년(1413억원)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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