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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해외부동산 투자, 55조 펀드 어쩌나

[위기의 증권]잘 나가던 해외부동산 투자, 55조 펀드 어쩌나

등록 2020.04.08 16:04

고병훈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세계 부동산 시장 직격탄대형 증권사, 투자자산 불확실성 ‘최고조’무디스, 국내 6개 증권사 신용등급 하향 검토

잘 나가던 해외부동산 투자, 55조 펀드 어쩌나 기사의 사진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린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에 세계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증권사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관광, 호텔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단행한 미래에셋대우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미래에셋의 경우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 잔고 규모나 자체 헤지 비중이 크지 않아 다른 대형사보다 코로나19 충격이 덜하다고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보다는 미국 호텔 등 투자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지난해 9월 미래에셋이 중국 안방(安邦)보험으로부터 58억 달러(약 6조9000억원)에 사들인 미국 내 호텔 15곳은 벌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중단·매장 폐쇄로 인해 배당 중단·축소와 주가 급락을 겪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내 43개 주와 워싱턴DC가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다수 지역에서 식료품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사업체·점포가 휴점에 들어가면서 상업 부동산 시장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호텔·숙박업계로 미국 2위의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Park Hotels & Resorts)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 6일(현지시간)까지 72.17% 폭락했다.

미국 내 호텔 리츠에 이어 다수의 리테일 리츠가 배당금을 줄였으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리츠들도 주택저당증권(MBS) 등 투자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자산 매각과 배당 취소에 나서는 중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관광산업이 위축되며 호텔·리테일 리츠의 임대수익이 가장 빨리 훼손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공실 확대에 더해 미국에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이 확산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3월 말 기준 54조7935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말(11조2779억원) 대비 약 4.9배 늘었다. 또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새빌스에 따르면 증권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난해 유럽 부동산 투자 금액은 125억 유로(약 16조5119억원)로 전년보다 무려 122%나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미래에셋을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은 유럽 부동산 인수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에도 프랑스 파리의 대형 오피스 빌딩 ‘마중가 타워’를 약 1조830억원에 사들였지만, 이마저도 미매각 물량에 대한 재매각(셀다운)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이 2017년 말 약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8조원으로 급증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한신평은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미매각 물량이 작년 6월 말 기준 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고 추정했다. 미매각 물량의 현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러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사들인 유럽 부동산 등의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익스포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대형 증권사 등의 리스크가 점차 커질 것”이라며 “과도해진 익스포저는 경기 사이클이 바뀌고 자산가격 하락이 시작될 시점에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국발(發) 코로나19 최대 확산 지역이 미국과 유럽으로 옮겨가면서 현지 부동산에 집중 투자한 증권사와 관련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손실도 현실화 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이 인수한 해외부동산을 펀드 등에 재매각(셀다운)하지 못한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증권사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이 작년 9월 중국 안방보험과 체결한 약 7조원 규모의 미국 고급호텔 15곳 인수 계약은 국내 금융회사의 역대 최대 규모 해외 대체투자하는 점에서 해외부동산 시장 충격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현지 자금 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인수를 연기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인수 주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수 일정에 전혀 변화가 없으며 관련 자금 마련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보유’에서 ‘중립’으로 각각 낮추는 등 관련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던 해외법인 수익도 자산 평가손실 발생에 따라 이익 기여도 감소가 예상된다”며 “대규모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해 투자의견을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래에셋대우는 실적보다 우려스러운 것이 투자자산에 대한 불확실성 그 자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관광산업 업황은 현재 사상 최악이며 회복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자산으로 미국, 호주,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 호텔 및 리조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미국 15개 호텔, 아시아나항공 등 대규모 신규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 익스포저가 큰 미래에셋대우에는 코로나19 이슈가 거대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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