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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에 쌍용차까지”···바빠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두산중공업에 쌍용차까지”···바빠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록 2020.04.06 15:33

수정 2020.04.06 15:42

차재서

  기자

마힌드라 5000억 투자계획 철회에‘쌍용차 정상화’ 책임 다시 산은으로대출연장·신규투자 놓고 고민 커져이번주 두산그룹에 경영자문단 파견'경영개선안' 놓고 힘겨루기 불 보듯아시아나 매각지연·LCC 지원도 골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구조조정 해결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다시 분주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으로부터 구호요청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미 대규모 자금 공급을 확정한 저비용항공사(LCC)와 두산중공업에 이어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책임까지 떠안은 모양새라 이 회장과 산은은 한동안 시간과의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돌연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경영정상화의 공이 산은으로 넘어간 모양새가 돼서다.

지난 3일 마힌드라 측은 기존에 추진해온 2300억원 규모 자금 투입 계획을 틀어 3개월간 운전자금 400억원만을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을 백지화함으로써 사실상 쌍용차에 독자생존을 요구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한국GM 사태’를 참고해 산은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5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전략을 세운 뒤 산은 등 국내 금융기관이 약 2700억원을 조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금줄을 끊어 위기감을 부추겼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산은의 움직임 관건이다. 실제 쌍용차는 부분 자본 잠식에 놓여 산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회생이 불가능한 처지다. 지난해말 기준 단기 차입금만 2500억원에 달해 새로 투입될 400억원으로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산은 역시 19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900억원은 7월 만기가 돌아와 적어도 대출 만기 연장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산은 측은 부정적인 것으로 감지된다. 마힌드라가 포기한 쌍용차를 지원하는 것은 ‘대주주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쌍용차 이사회 의장 파완 고엔카 사장이 산은을 찾았을 때도 이동걸 회장은 이 같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게다가 한국GM의 경우 지분을 든 2대 주주이나, 쌍용차는 채권은행에 불과하니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럼에도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의 ‘일자리 문제’를 신경써야 하는 만큼 외부에서는 산은이 어떻게든 쌍용차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채권단이 제반 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산은은 1조원을 수혈하는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 마련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동성 지원 금액의 절반을 책임지는 수은과 함께 ‘경영자문역’을 파견해 이번주부터 여신 관리에 착수한다. 통상 자율협약 체결 기업에 인력을 파견했던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두산에 대해서도 그에 준하는 대응을 예고한 것이어서 앞으로의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악화 속에 1조원의 자금 수혈을 결정한 탓에 산은과 두산그룹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자구안을 내놔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채권단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권고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토록 함으로써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업회사 아래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투자회사엔 알짜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을 각각 남기는 방식이다. 일단 산은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과 함께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LCC 지원도 현재 진행형이다. 산은은 정부 방침(3000억원 지원)에 따라 지난 3월말까지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 5곳에 무담보로 1260억원을 공급했고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엔 에어부산에도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최대 280억원을 인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산은은 수은과 함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돕는다. 인수계약금 545억원과 이스타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1500억원을 더해 최대 2000억원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는대로 전달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산은은 항공업 재편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대현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코로나19 장기화로 LCC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재편 과정 등을 고려해 부처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산은은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기업어음(CP)·회사채 차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그 규모는 회사채 1조9000억원과 CP 2조원 등 총 3조9000억원에 이른다.

산은 관계자는 “기관별 관련 내규, 시스템, 내부 승인절차 등을 마무리하면 이달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며 “회사채·단기자금시장의 안정화 지원 등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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