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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금’ 돼 버린 2대주주

[재계가 보는 국민연금②]‘정치연금’ 돼 버린 2대주주

등록 2020.04.07 11:06

이지숙

  기자

국민연금 반대표에 기업 이미지 훼손 우려↑ 총수 이사선임 반대에 ‘근시안적 생각’ 비판‘연금 사회주의’ 피하고 ‘월스트리트룰’ 따라야

‘정치연금’ 돼 버린 2대주주 기사의 사진

재계에서는 여러 기업의 2대주주를 맡고 있는 국민연금의 기업 총수에 대한 반대표 행사에 긴장감이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주)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올해는 효성가 3세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경영자에게 중요한 건 과거 이력보다 미래 기업가치로 앞으로 실적, 사업성장성, 미래 투자 등”이라며 “증권시장의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지표인데 과거 사실만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표가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질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논란만 일으키는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인한 이미지 훼손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다.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반대했다는 소식에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 ‘기존 경영형태가 문제가 있는 것을 국민연금이 바로 잡는다’라고 해석되는 부분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실적과 성과를 잘 내는 기업 경영진에 대해서도 간혹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것이 염려스럽다”며 “한진칼 등 경영권 분쟁에 국민연금이 휘말리기도 하고 주가가 널뛰기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으며 당연직 위원 5인에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포함된다. 이 외 관계전문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자 등 14인이 추가로 포함되지만 정부 측 인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구성 자체가 정부와 노동계 입김이 세다보니 경영활동에 대한 바람직한 판단보다는 노동계를 대변한다던지, 정부 정책의 방향대로 가는 모습”이라면서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는 국민연금 수탁위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연금 사회주의’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월스트리트룰(Wall Street Rule)’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룰이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관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보다 해당주식을 매각해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나쁜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에 투자를 먼저 해야 한다”며 “월스트리트룰에 의해 기업 가치가 줄어든다면 지분을 팔고 새롭게 가치 있는 기업을 찾으면 된다. 나쁜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건 연금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전체적인 것을 봐야하는데 일부 ‘지배구조 문제점’에만 집중돼 있다”며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는 결국 경영자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기관투자자 수입 감소로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기업들의 국민연금 주주활동 강화에 대한 거부감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국민연금도 지배구조에 있어 독립성이 확보됐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단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강화는 필요한 방향이고 우리나라 경영자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반대가 합리적인 주장이라면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조금씩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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