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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결탁 어디까지···증권, 집단 모럴해저드 심각

[사건의 재구성]라임 결탁 어디까지···증권, 집단 모럴해저드 심각

등록 2020.03.31 08:21

수정 2020.03.31 10:27

김소윤

  기자

초대형 금융사기로 드러나는 라임 사태사건 터지니 증권사들, 제 살길만 찾아불완전판매→일부 직원들 불법행위 논란CB편법거래 이용 ‘코스닥 머니게임’까지대형사는 물론 금감원 등 기관들도 연루 증권금융은 수탁사로서 감시 기능 제로

라임 결탁 어디까지···증권, 집단 모럴해저드 심각 기사의 사진

“연 8%가 안 넘으면 제가 말씀 드릴거에요”, “괜찮은 수익률이 나올 것 같아요. 전혀 펀드에 손실이 없는 겁니다”, “거의 90% 이상 저희(증권사)가 잡고 있기 때문에 만일 손실 나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환매 대란이요?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헤지펀드업계 1위를 자랑했던 라임자산운용과 국내 굴지의 대형 증권사들은 초고위험 상품인 사모펀드를 안전자산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하지만 1조6천억원대라는 사상 초유의 펀드환매 연기 사태가 터지자, 이들은 ‘나몰라라’하며 제 살길만 찾기에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라임의 불법행위와 증권사들의 불완전 판매를 넘어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금투업계 관계자들이 줄줄이 연루되는 등 초대형 금융사기로 번지고 있다. 실제 라임 사태는 운용사인 라임운용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제공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증권사인 KB증권, 그리고 일부 지점에서 판매를 적극적으로 해 논란을 사고 있는 대신증권 관계자들도 이 금융사기에 가담했다는 정황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금투업계의 ‘갑(甲)’의 위치에 있으면서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 등 (준)공공기관 관계자들마저 줄줄이 라임 사태에 연관된 사실이 발각되면서 업계 내 집단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라임사태 관련해서 화살이 가장 먼저 겨냥된 곳은 바로 신한금융투자였다. 작년 10월 금융감독원이 라임 환매 중단사태를 조사하는 와중에 TRS 계약이 이 문제의 진원지로 지목됐고, 라임운용과 TRS 계약을 체결한 대표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금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라임운용이 2차 환매 중단을 선언한 ‘무역금융펀드’가 신한금투에서 기획한 상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이 상품이 ‘폰지 사기’까지 휘말리면서 신한금투는 한동안 역풍을 맞게 된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당시 신한금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가 글로벌 무역금융펀드 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운용할 헤지펀드를 물색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수사로 확대되고 이로 인해 신한금투의 수장 자리에 있던 김병철 대표이사는 물러나게 된다.

신한금투의 공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PBS본부장이었던 임 모 씨는 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 그의 구속 사유는 라임운용이 코스닥기업 리드에 투자하는 대가로 리드 측으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고,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인 것처럼 펀드 가입자들을 속여 48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모든 화살이 신한금투로 겨냥되는 도중에 이번에는 대신증권 일부 지점이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혹을 치르게 된다. 그 지점은 반포 WM센터인데 한 점포에서 상당수의 라임펀드가 판매됐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 여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미 피해 고객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에 나선 상태다.

더욱이 라임펀드를 직접 주도한 반포센터장은 한때 ‘스타 PB’, ‘베스트 PB’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장 모씨로, 그는 작년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자 재빨리 메리츠종금 도곡금융센터로 둥지를 옮기면서 더욱 논란을 샀다.

장 씨가 지난 2017년에 라임 사태 핵심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운용대표) 등과 함께 한 장외 바이오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던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지게 된다. 장 씨와 이 전 부사장이 단순히 운용사와 판매사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인 관계였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더욱 샀다.

때문에 현재는 장 모씨도 공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앞서 신금투의 임 모씨처럼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메리츠 지점에서 총괄지점장 자리로 옮겼던 장 씨는 현재 사퇴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다시 신한금투에게로 돌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원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라임사태와 관련한 증권사들의 불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에 이어 이번에는 KB증권이 뒤늦게 라임사태의 역풍을 맞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조금 복잡한데 콜옵션을 활용한 ‘코스닥 머니게임’에 깊숙이 관여된 것이다.

라임운용 ‘뒷배’로 거론되는 스타모빌리티의 김 모 회장이 운용사와 증권사를 앞세워 ‘전환사채(CB) 찍기’ 수법까지 동원한 사실까지 발각됐는데, KB증권에 200억원가량을 빌려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라임발 머니게임에서 KB증권이 TRS증권사 역할을 한 셈이다.

라임발 머니게임은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서 거액이 코스닥 한계기업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말하는데, 라임이 작년 말 포트코리아 런앤히트12호펀드를 통해 코스닥 에스모그룹에 240억원을 투자한 게 사건의 시작이다. 이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에스모에 107억원, 그 계열인 에스모머티리얼즈에 133억원을 지원했고, 또 라임은 이와 별개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에스모머티리얼즈 전환사채(CB)에 17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차환 발행 형식을 띠고 있지만 라임이 편법 재투자를 통해 코스닥시장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한 머니게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재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은 잠적해 도주 중이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업계 내 감시 역할을 도맡아온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도 라임 사태에 연루됐다. 최근 머니게임을 벌인 정황들이 포착되는 와중에 준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한국증권금융의 이름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라임과 증권사 간 수상한 CB 매매에 의도치 않게 한국증권금융이 이름을 올린 까닭은 라임 사모펀드 수탁사이기 때문이다. 즉 라임과 증권사간 CB 매매서 의도치 않은 쿠션 역할을 해왔던 한국증권금융은 현재 펀드 수탁사로서 감시 기능이 ‘제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최근 청와대 행정관 출신 금융감독원 팀장이 보직 해임됐는데, 그는 파견 근무 중 라임운용 검사를 맡은 실무부서에 전화를 걸어 여러 차례 진행 상황을 물어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그래도 금감원이 유독 라임 사태에서 시간을 끌었다는 데 대해선 업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했던 터라 전 금감원 팀장의 행동은 더욱 수상하게 여겨진다.

이렇듯 라임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최근 검찰 수사로 인해 초유의 금융사기였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검찰 조사로 일부 관계자들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피해자들이 돌려받을 배상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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