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형 바꾼 M&A①] 거침없는 도전···기업 성장시킨 ‘빅딜’

최종수정 2020-03-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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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기업 초석된 삼성의 한국반도체 인수
기아차 품은 현대차, 글로벌 완성차 빅5 도약
대한생명, 삼성화학 등 ‘큰손’ 한화 재계 7위로
‘정유·통신·반도체’ 투자···SK 3차례 퀀텀점프

삼성의 한국반도체 인수는 국내 기업 역대 M&A 가운데 가장 큰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인들이 꼽는 최대 M&A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가 꼽힌다.
“1974년 12월6일 삼성은 한국반도체의 50% 지분을 50만 달러에 인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다는 사실이다.”(2010년 삼성전자 뉴스룸 中)

삼성전자 표현대로 전자부문 사업 고전으로 투자할 여력도 없고 명분도 없던 당시 빚만 안고 있는 회사의 주식 50%를 50만 달러나 주고 인수한 건 모험이었다. 반도체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이건희 이사가 자신의 개인돈으로라도 인수하겠다며 지시를 내렸는데, 고(故) 이병철 회장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당시에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대해 확신이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아들(이건희 회장)의 오랜 설득에 고 이병철 회장은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건희 회장은 오랜 지인들을 만날 때면 “반도체사업은 나의 마지막 사업이자 삼성의 대들보가 될 사업”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한국반도체 인수를 삼성전자의 미래 씨앗으로 삼았던 이건희 회장의 도전정신은 결국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를 탄생시킨 초석이 됐다.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방식의 ‘빅딜’은 총수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인수합병(M&A) 성공과 실패 여부가 기업 흥망성쇠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해온 재계 2위 현대자동차의 도약은 기아자동차의 인수가 기폭제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결합은 지금까지도 외환위기(IMF) 이후 산업계 최고의 M&A 장면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직후 기아차는 매출보다 적자가 쌓여 회생 절차를 밟아야 했다. 기아차에 러브콜을 보낸 곳은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현대차였다. 현대차는 기아차 부채를 약 7조원 탕감 받는 조건으로 기아차 지분 51%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대·기아차로 재편된 현대차그룹은 연간 200만대 완성차 생산능력을 2014년에 800만대 규모로 4배나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공장 설립에 적극 투자하면서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올렸다.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도 성장속도는 멈추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일본 도요타자동차, 독일 폭스바겐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프랑스와 일본 동맹인 르노-닛산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빅5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 이후 2011년 현대그룹을 따돌리고 현대건설마저 품으면서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M&A로 그룹 몸집을 불린 그룹은 한화그룹도 마찮가지다. 재계에서 한화의 성장 동력은 M&A로 통한다. 지금까지 대형 M&A 건수만도 다섯차례에 달한다.

선친이던 김종희 창업회장의 타계로 1981년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총수가 된 김승연 회장은 이듬해 한양화학·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 인수를 시작으로 1985년 정아그룹 명성콘도(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2012년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현 한화큐셀)을 잇따라 인수하며 한화를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후 2014년 삼성그룹과 석유화학·방산 4개 계열사 ‘빅딜’을 성사시켜 한화는 일약 재계 톱10 안으로 진입했다. 특히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1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한화의 주력 회사로 자리잡았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기준 한화는 자산총액 65조6000억원으로 GS그룹을 제치고 재계 7위로 올라섰다.

M&A가 기업 실적의 효자가 된 경우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 중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해 사업 초기 유동성 악화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 분기마다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권에선 2016년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가장 대표적인 M&A 건이다. 이후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순위 증권사 1위로 도약했다.

M&A로 성장을 이룩한 그룹 중 단연 으뜸은 SK그룹이다. SK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를 시작으로 아들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40년간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사세를 급격히 확장했다. 그동안 정유(유공), 통신(한국이동통신), 반도체(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세 번의 ‘퀀텀 점프’(대약진)를 이뤄냈다.

재계 서열을 살펴보면 2019년 자산가지 기준으로 삼성(414조원)-현대차(220조원)-SK(217조원)-LG(129조원) 순이다. 하지만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SK가 이미 현대차를 앞질렀다.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현대차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오일선 기업분석업체 CXO연구소장은 “현대차의 주력인 자동차보다 SK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다 보니 SK와 현대차 두 그룹 간 자산 규모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재계에선 SK그룹의 자산 증가율이 현대차를 매년 추월하고 있는 속도를 감안하면 올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선 자리 바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재계 서열 변화를 앞둔 시점에서 SK의 M&A 역사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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