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만에 탄생한 삼성화재 노조, ‘YB 3200명’에 운명 달렸다

최종수정 2020-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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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식에 참석한 오상훈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노조 설립신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장기영 기자
삼성그룹 핵심 금융계열사이자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창립된 지 68년만에 첫 노동조합이 3일 출범했다.

전체 직원 6000여명 중 150여명의 소규모로 닻을 올린 삼성화재 노조는 연내 과반수 노조를 만들겠다며 직원들의 가입을 독려했다. ‘YB’로 불리는 평사원협의회 소속 과장(책임)급 이하 젊은 직원 3200여명의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교섭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삼성화재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출범식에는 삼성화재 초대 노조위원장인 오상훈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삼성전자, 삼성웰스토리, 삼성애니카손해사정 등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3개 계열사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8일 설립 총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달 23일 설립 신고를 한 삼성화재 노조는 출범식 당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삼성화재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52년 전신인 안국화재 설립 이후 68년만에 처음이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중 노조가 있는 계열사는 삼성생명, 삼성증권을 포함해 총 3곳으로 늘었다.

삼성화재 노조는 그동안 사측이 노조 설립을 막았다며 부당 노동행위와 일방통행식 경영을 비판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대외적으로 윤리경영을 얘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견제 없는 인사권을 갖고 약자인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왔다”며 “부당한 인사 발령과 고과, 급여, 승진 체계에 대해 말 한마디 못했고 무리하고 과중한 업무에 대해서도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를 설립함으로써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지키고 노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며 “사측의 불법 노동행위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한국노총과 함께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식에 참석한 오상훈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장기영 기자
이날 현재 삼성화재 노조가 추산한 가입 희망 직원은 150여명으로 전체 직원 6000여명의 40분의 1 수준이다.

노조는 올해 연말까지 전체 직원의 과반수인 3000여명 이상으로 노조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삼성화재 직원 수는 남성 3282명, 여성 2802명 등 총 6084명이다.

이 중 책임급 이하 직원은 3200여명은 그동안 노조의 역할을 대신해 온 평사원협의회에 소속돼 있다. 현행 평사원협의회 회칙은 평사원협의회를 사측과의 유일한 교섭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수석(차·부장)급 이상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노조가 힘을 발휘하려면 평사원협회의에 소속된 젊은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해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인원이 노조에 가입하느냐가 관건이다.

노조 측은 노조와 평사원협의회의 차이점을 부각하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오 위원장은 “법의 보호 아래 있는 조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협의체인 평사원협의회와는 다르다”며 “평사원협의회의 노사 협의는 사측이 거부해도 부당 노동행위로 제재할 수 없고 요구사항을 관철할 단체행동 권한도 없다. 파업권이 전제되지 않는 교섭은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조가 필요하다. 모두가 가입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제 두려워하거나 사측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히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오 위원장은 “비록 오늘은 많지 않은 조합원으로 출발하지만 올해 안에 과반수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조만간 몇 명이 노조에 가입하는지 지켜봐 달라. 이번 주 내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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