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주총시즌, 국민연금 눈치 살피는 재계

최종수정 2020-01-1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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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
3월 주총 이사회 재구성 앞둔 기업들 긴장↑
삼성전자 이상훈·현대차 정몽구 회장 거취 관심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나 지난해부터 큰손 ‘국민연금’의 역할이 커지며 국내 대기업도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결정해 앞으로 횡령·배임 등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 등 관련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기업 총수인 조 고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그룹 지주사인 SK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린 대한항공은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데 결국 실패했다.

올해도 이사회 재구성 등을 앞두고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10.62%, 현대자동차 9.55%, 현대모비스 지분 11.13%, SK 7.38%, LG전자 10%를 보유 중이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전자는 법정 구속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문제가 관건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의장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1년가량 남은 상태나 의장의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 이사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삼성전자가 올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후임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삼성전자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2대 주주로 지분 10.6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서 해임을 건의할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국민연금은 2018년 3월 이 의장의 선임 당시에도 ‘감독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후임 선임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외에 현대자동차, SK, LG전자 이사회도 일부 구성원들의 임기 만료로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이사회 의장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은수 사외이사 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종료된다. 최은수 사외이사는 전 대전고법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3월부터 정몽구 회장이 맡았던 사외이사후보추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현대차 주총에서 가장 관심사는 정몽구 회장이 사내이사와 의사회 의장 자리를 유지하는지 여부다. 정 회장이 몇 년간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 만큼 정 회장의 뒤를 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맡거나 사외이사에게 자리를 넘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과 2011년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해 이번에도 정 회장이 연임에 나설 경우 또 한번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의결권자문기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현대차그룹’에서 현대차그룹 이사회가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현대차 그룹 총수 일가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상장기업인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경우 내부거래 등 사익 편취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이사회 의장 분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의 경우 장동현 사장과 사외이사인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의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된다.

LG전자의 경우 사외이사인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기가 끝난다. 또한 조성진 부회장의 경우 임기가 2021년 3월까지나 은퇴를 밝힌 만큼 사내이사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재계 단체들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결정에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이 늘면 신산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의 활력도 잃게 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독립성이 취약한 현행 기금위 구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에 대해 경영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사실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며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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