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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비한 체질 개선 필요... 경영패러다임 변화 예고

[리셋! 유통2020|CJ]미래대비한 체질 개선 필요... 경영패러다임 변화 예고

등록 2020.01.08 10:04

수정 2020.01.08 11:45

이지영

  기자

3년간 11건 M&A로 사세확장 성공했지만차입금 급증···수익성·재무구조 악화 역풍주력 사업군 키워 글로벌 진출하는 데 주력

미래대비한 체질 개선 필요... 경영패러다임 변화 예고 기사의 사진


오랜 불황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유통업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경기침체’에서 ‘소비위축’, 또 이로 인한 ‘수익감소’라는 현실에 직면하며 위기의식을 절실하게 느꼈다. 대외 환경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과의 무역갈등, 여진으로 남아있는 중국의 한한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온라인 성장에 밀린 오프라인 시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으며, 정부는 규제 고비를 더욱 바짝 죄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통사 마다 ‘리셋’만이 살 길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신년 긴급진단, 유통 ‘리셋’ 현장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생필품 국산화를 위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설탕 제조에 나서기로 하고 CJ그룹 모태인 제일제당을 1953년 11월 5일 설립했다. 이때 만들어진 상표가 ‘백설’이다. 백설은 설탕과 사카린을 만들어 팔았는데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면서 이병철 회장은 후계자를 삼남인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목했고 원래 후계자였던 장남 고 이맹희 회장에게는 제일제당을 물려줬다. 이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고 경영 2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나오면서 사명도 CJ로 바꿨다.

◇M&A 전략으로 CJ그룹 일궈낸 이재현=고 이맹희 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은 굵직굵직한 M&A로 그룹구조를 바꿔왔다. 식품 산업을 기반으로 외식, 문화, 물류, 바이오와 생명공학 분야까지 외형을 넓혔다.지난 1999년 39쇼핑(현 CJ오쇼핑)을 인수해 국내 홈쇼핑 시장을 개척했고, 이어 양천방송과 드림시티를 차례로 사들이며 케이블TV 시장을 장악했다.

플래너스를 인수하며 게임산업에도 진출했다. 2009년 온미디어 인수는 지금의 CJ E&M의 밑받침이 됐다. 2010년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총괄하는 CJ E&M을 출범시키고 2011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해 지금의 사업군을 완성했다.

이 중 가장 크고 상징적인 거래는 대한통운 인수다. 2011년 6월.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포스코 대신 CJ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하자 재계는 크게 술렁였다. 당시 포스코는 대한통운 인수로 재무 구조가 나빠질 거란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잔뜩 공을 들였던 터였다.

하지만 CJ그룹은 주당 인수가 2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과감한 베팅으로 우선협상자 자리를 차지했다. 시장에서 1조5000억원 정도로 평가 받던 대한통운을 2조원 이상에 사들이겠다는 파격적 제안이었다.

같은해 이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CJ는 암울한 3년을 보냈다.
2017년 4년 간의 긴 경영 공백을 깨고 그가 복귀하자 CJ그룹의 멈췄던 경영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이 회장은 복귀 당시 “2030년에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면서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플랜’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CJ의 몸집불리기를 위한 이 회장의 광폭행보가 시작됐다.

당시 CJ그룹의 매출은 30조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고 해외 매출 비중은 30%를 밑돌았다. 따라서 4년 만에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려면 글로벌 기업 M&A밖에는 답이 없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M&A 가 이어졌다. CJ그룹은 2017년 브라질 단백질 소재 기업 셀렉타(2100억원)부터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 2위사인 쉬완스(1조 5000억원)까지 최근 3년간 크고 작은 M&A를 11건 진행했다

◇대규모 투자 재무구조 악화 부메랑=문제는 짧은 시간 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공격적 M&A가 재무구조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단기간 내 이룬 빠른 사업 확장은 매출과 외형을 성장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봤지만 수익성이 악화돼 발목을 잡았다.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2018년 7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에는 9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된 CJ대한통운을 제외하면 본업인 식품,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의 매출은 2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3% 감소한 1810억원이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회사 쉬완스의 영업이익(259억원)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26.5% 감소한 셈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5%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슈완스컴퍼니의 미국 내 생산·유통 거점을 활용해 CJ제일제당과 시너지를 꾀하는 청사진이 있지만,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CJ대한통운도 최근 2년간 베트남과 미국에서 3천300억원대의 M&A를 단행하면서 그룹 전체의 채무가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CJ그룹이 올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1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전체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실적 악화는 경영 전략의 변화로 이어졌다. CJ는 작년 10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질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 현금흐름 개선’으로 전략을 바꿨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통폐합하거나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현금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해말에는 서울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매각하며 추가로 1조1300억원을 마련했다.

수익성이 낮은 상품 품목 수도 감축하고 있다. 상반기 5000개에 달했던 품목수는 작년 11월 말 기준 4000개 선으로 줄었다. 가쓰오냉소바, 쁘띠첼 스윗푸딩 7종, 비비고 궁중김치, 한식우동, 해찬들 요리장 3종, 알룰로스 올리고당 등이 작년에 단종됐다.

지주사 인력을 계열사로 재배치 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는 지난해 12월 지주사 인력 절반 이상을 계열사로 재배치 시키는 인사를 실시하고 3년차 사원과 대리까지 포함하는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있다. 권고사직 대상이 된 직원들은 3개월분의 월급을 받고 퇴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노조가 없고 희망퇴직 및 명예퇴직 제도도 없다. 이 외 유동성 확보를 위해 CJ푸드빌과 올리브영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세확장’보다 ‘질적성장’ 초점 맞춰야=CJ그룹은 올해 ‘그레이트 CJ’ 전략을 접어둔 채 체질을 개선하며 역량을 키우는 ‘질적 성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국내 및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양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재현 회장의 사업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CJ그룹이 지향하는 ‘글로벌’과 관계 없는 사업은 통폐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한 관계자는 “CJ가 빠르게 체질개선을 마치고 주력 사업군의 역량을 키워 글로벌 무대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와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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