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분쟁①]조현아, ‘反조원태’ 외친 속내

최종수정 2019-12-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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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중 유일하게 경영 참여 못해
연말인사서 ‘조원태 라인’ 득세···최측근 대거 배제
조 회장, 적자사업 정리 구상···왕산레저개발 등 거론
그룹 내 영향력 약화 불가피···사측 “문제 없다” 반박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 비판하며 ‘남매의 난’ 서막을 알렸다.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저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 전 부사장이 실력 행사에 나선 배경에는 한진그룹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은 올 4월 한진칼 대표이사에 오르며 그룹 회장 지위를 얻었다.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올해 6월 그룹 마케팅총괄임원으로 복귀했고, 3남매 모친인 이명희 여사는 정석기업 고문과 한국공항 자문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무산됐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은 이번 인사에서 대거 밀려났고, 조 회장이 레저사업 등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남매간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조 전무와 비교하더라도,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륙 준비 중이던 항공기를 멈춰세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막냇동생의 ‘물컵논란’으로 나란히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조 전 부사장은 약 5년 간 경영에서 손을 뗀 채 자숙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반면 조 전무는 단 14개월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는 조 전 부사장과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조 전 부사장이 당분간 복귀하지 않는다는 식의 합의가 있었다는 늬앙스를 풍긴다. 조 전 부사장이 본인 의사와 무관한 경영 배제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면세박람회에 그룹 인사들과 함께 참석하며 본격적으로 복귀를 준비해 온 만큼, 배신감이 상당했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가 기내면세점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 최측근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된 점도 조 전 부사장이 분노를 터트린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를 이끌어 온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 기존 임원들은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모두 물러났다.

대신 조 회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주요 요직을 앉히며 ‘조원태 체제’를 공고히 다졌다. 기내식기판사업본부 총괄로 선임된 이승범 부사장은 조 회장 측근 중 한 명이다.

조 전 부사장과 협의되지 않은 사업 구조조정 발언도 문제가 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회장은 “항공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왕산레저개발이나 제동레저 등이 유력한 처분 사업으로 꼽혔는데, 이들 계열사는 조 전 부사장이 선대 회장과 함께 키워온 사업이다.

특히 조 전 회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과 레저사업, 항공서비스 사업 등을 물려주는 그림을 그려왔다. 적자사업인 레저사업을 완전히 정리하면 조 전 부사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목적이 총수 교체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단순 경고 차원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조 회장을 압박해 경영복귀 등 원하는 바를 얻으려고 한다는 목적이 크다는 것.

하지만 한진그룹 측은 “회사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며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향후 남매간 경영권 싸움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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