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경영권 분쟁 현실화···조현아, 동생 조원태에 선전포고

최종수정 2019-12-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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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법률대리인 통해 입장 발표
“선대 회장 공동경영 유훈 안 지켜”
조원태 ‘회장’ 아닌 ‘대표’ 지칭···공정위 총수도 불만
단순경고 아냐···남매간 지분차 적어 경영권 분쟁 관측

그래픽=박혜수 기자
일단락된 듯 보이던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 논란이 재점화됐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장남이자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고 조 회장을 비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선대 회장인 조 전 회장은 생전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라는 유지를 전했다. 임종 직전에도 3명의 남매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 역시 가족간 화합으로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동생인 조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에 한진그룹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그룹 측은 “상황 파악 중”이라는 짧은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행보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 회장을 총수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법무법인 원을 통해 전달된 자료에는 조 회장을 ‘한진칼 대표이사’로 칭할 뿐, 회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 공동 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공정위 동일인(총수) 지정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5월 공정위에 차기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기한에 맞춰 제출하지 못했다. 그룹은 미제출 사유에 대해 “기존 동일인(조양호 전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소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막내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그룹 승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는 당시 경영에 유일하게 참여하던 조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던 것처럼 공표했다’는 주장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조 회장이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조 전 부사장은 연말 경영복귀가 유력하게 점처졌지만, 무산된 분위기다. 최근 명품 밀수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만큼, 경영활동에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

‘경영상 중요 사항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이뤄진 정기 임원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진그룹이 지난달 말 단행한 인사에서 조 전 회장 최측근 집단이 대거 퇴임했다. 대신 조 회장 측근으로 볼 수 있는 임원들이 파격 승진을 거뒀다.

조 전 부사장이 대외적으로 조 회장이 합의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발한 만큼, 향후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공개 비난이 조 회장을 향한 단순 경고 차원의 메세지가 아닌, 사실상 선전포고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조 회장 측과의 표대결을 염두에 두고 우군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올해 10월 조 전 회장이 소유하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사실상 유족 네 사람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갈등 불씨가 존재해 왔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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