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해 경영 ‘빨간불’···1년 내내 비상계획 꾸릴 판

최종수정 2019-12-0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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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판매 봉쇄로 비이자이익 감소 유력
신탁 수수료서만 수십~수백억 이익 줄어
中企대출 늘어나는 점도 은행에는 부담
1년 내내 ‘비상모드’···비용 절감에 총력

사진=뉴스웨이 DB
은행권이 2020년 새해 사업계획 실행에 빨간불을 켰다. 어렵게 사업계획은 수립했지만 계획에 명시된 것보다 사업 환경의 악화가 매우 뚜렷해지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플랜B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은행의 공모형 신탁 상품 판매를 여전히 불허하면서 신탁 상품 판매 창구가 사실상 막히게 됐다.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의 증가 가능성이 막힌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 11월 말 내년 사업계획을 대부분 확정해 은행장들에게 전달했다.
보고된 사업계획은 대부분 내년에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 여건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년은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비상계획’으로 1년을 꾸려가야 할 처지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의 신탁 상품 판매 금지 조치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 상품의 판매를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일부 은행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투자 상품을 판매하다가 대규모 손실을 낸 만큼 아예 관련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나선 셈이다.

은행권은 사모펀드의 판매 금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신탁 상품 자체에 대한 판매 금지는 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판매하는 신탁 상품으로는 주가연계펀드(ELT)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은행권 내 신탁 상품 판매 잔액은 43조원에 육박하며 이 중에 ELT 상품의 판매 규모는 신탁 상품 판매량의 절대 다수인 40조원에 이른다.

은행권이 신탁 상품 판매 금지를 풀어달라고 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에서는 일부 손실이 발생했지만 ELT 등 신탁 상품에서는 대부분 손실이 나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이 판매를 제한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은행들은 관련 규제에 따라 신탁 상품을 팔지 못할 경우 당장 수십억원의 수수료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신탁 상품 수수료이익은 1800억~2800억원 수준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이익 규모는 국민은행이 23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이 1288억원으로 가장 적다.

이 상황에서 신탁 상품의 판매가 봉쇄될 경우 다른 채널을 통해 이익을 보전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은행 영업의 또 다른 한 축인 이른바 ‘이자장사’도 새해에는 수월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새로운 예대율(예금/대출 비율) 규제가 도입된다. 앞으로 가계대출은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기업대출이 늘어날 경우 은행의 건전성에도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기업대출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상 대출은 부실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기에 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쌓는 형태로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 은행의 충당금 적립은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은행들은 비상 대책 마련에 바빠졌다. 당장 쓸 수 있는 비상 대책은 비용 절감을 필두로 한 보수적 경영 계획이다. 오프라인 영업점 신설은 새해에도 마이너스 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현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악화로 사업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내년 이익의 전체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당장은 비용 절감에 주력하되 당국의 유연한 대응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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