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예탁원 노조가 정치인 사장을 원하는 이유

최종수정 2019-11-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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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지정해제 ‘관료 출신 안돼’ 인식 팽배
노조, 여당 실세 와야 숙원 과제 해결할 수 있어
증권가 “현 정부 이제 반환점, 무리수 안 둘 것”

한국예탁결제원 사옥 전경. 사진=예탁원 제공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 22일 끝납니다. 늘 그렇듯이 벌써부터 여러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립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근익 현 금융결제정보원장과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김 원장과 이 위원에겐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행시를 거친 고위관료 출신이라는 겁니다. 김 원장과 이 위원은 각각 행시 34, 33회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상황이 예년처럼 비슷하게 흘러가자 예탁원 내부에선 벌써 반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관료 출신 후보에 집중된 관행을 깨트려야 한다는 목소립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본시장에서 대처하기 위해선 사장 자리가 관료들의 전유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의밉니다. 예탁원 사장은 1974년 이후 14대 김동관씨를 제외하고는 정부, 관료 출신 인사가 연속해서 맡아 왔습니다.

노조의 얘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대부분 업무 인허가 기관이 정부로서, 오히려 조직이 안정적인 상황에선 관료 출신 사장이 나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자본 시장을 이끌어 갈 혁신금융 서비스 기업으로서 침체된 조직 문화를 쇄신할 새로운 수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책당국이 예탁결제원 신임사장 자리를 일부 퇴직 관료들의 휴식처나 자리 보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라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숙원 및 현안 과제를 원활히 풀어갈 적임자 선출을 위해 사장후보 검증에도 철저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위원장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료출신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관행이 조직의 쇄신을 방해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노조는 넌지시 정치인 출신 사장을 원한다고 귀뜸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사장 특유의 업무 추진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은 예탁원은 최근 개통한 전자증권 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하는 등 신임 사장이 맡아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직원들이 가장 우선으로 꼽는 숙원 과제는 ‘공공기관 지정해제’입니다. 예탁원은 한국거래소, 코스콤, 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 플랫폼 서비스 제공 기관 또는 증권유관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습니다. 전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나 평가 기준이 정부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좁니다.

관료 출신 인사가 또 선임되면 공공기관 해제의 꿈은 또 멀어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생각입니다.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향후 혁신성장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개혁 의지와 역량을 갖춘 정치인 출신 사장이 이끌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바램입니다.

대외적 추진력이 강한 수장이 나설 경우, 이용자 중심 소유구조 개편, 서울·부산 조직 이원화에 따른 조직·체계 운영 개선, 이에 따른 직원 고충(사무공간 부족 및 직원 주거불안) 등 현안 과제 해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것도 이윱니다.

어제(6일) 예탁원은 이사회를 열고 후임 사장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사장 인선은 사장 공모 공고, 임시주주총회 공고를 거쳐 임시주총에서 승인되면 금융위원장 임명을 거치게 됩니다.

누가 사장이 될까요? 관행대로 고위 관료가 자리를 차지할까요, 아니면 노조의 바램대로 정치인 출신이 선임될까요. 증권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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