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저물가, 수요측 요인이 더 커···통화정책 재검토해야”

최종수정 2019-10-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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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1차 목표,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이어야”

올해 들어 나타난 저물가 현상이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등 그동안의 통화정책이 물가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하는 통화정책의 운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등 최근 발생한 물가 하락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연구위원)은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저물가 현상에 대해 농산물 가격 하락·석유류 가격 안정세 지속 등 공급 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고 밝힌 정부 측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9월) 물가 상승률은 2013∼2018년 평균인 1.3%에 비해 0.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주요 공급 충격인 날씨나 유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식료품과 에너지는 물가 상승률 하락에 -0.2%포인트 기여한 반면, 이를 제외한 상품(-0.3%포인트)과 서비스(-0.4%포인트)도 물가 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공급 충격이 주도한 경우는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반대 방향으로, 수요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같은 방향으로 각각 변동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올해 1∼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0.4%)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0%)보다 큰 폭으로 낮아진 데 대해서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복지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이 배제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상반기)이 0.5%로 축소됐고, 생산자물가 상승률(1∼9월)도 0.0%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평균값(0.4%)과 함께 중간값(0.3%)도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어, 물가 상승률 하락이 특정 품목의 극단치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1∼9월 물가 상승률이 작년에 비해 낮아진 품목의 비중은 63.7%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던 물가 상승률 추세가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 상승률을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반영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물가 하락은 공급 충격, 수요 위축 등 단기적인 요인에 더해 물가 상승률의 중장기적 추세가 하락하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물가 상승률의 중장기적 추세가 1% 내외로 축소된 것은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공급 및 수요 충격에도 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관측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지난 9월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 기록 등 최근의 물가 하락에 대해선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공급 측의 주요 단기적 영향이 배제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0%대 중반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어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통화 정책이 그동안 물가 변동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통화 정책의 운용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보고서는 “2013년 이후 물가 상승률이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를 지속해서 하회한 점으로 볼 때, 우리 경제의 물가 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와 일시적 격차를 보일 수는 있으나, 한 방향으로 괴리되는 현상이 지속한 점은 통화정책이 물가 변동에 충분히 대응해 수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실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반대 방향으로 조정된 것이 통화정책이 물가와 경기 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1% 내외로 정체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통화 당국은 가계 부채 급증에 대응해 2018년 11월 말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꼬집었다.

정 연구위원은 “금융 안정을 명시적으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 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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