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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vs 대웅, 보톡스 균주 주인놓고 벌인 4년 전쟁

[사건의 재구성] 메디톡스 vs 대웅, 보톡스 균주 주인놓고 벌인 4년 전쟁

등록 2019.10.15 14:58

이한울

  기자

2016년 메디톡스 균주출처 요구하며 시작메디톡스 “대웅제약이 우리 균주 훔친 것”대웅제약 “양사의 균주 유전적으로 달라"내년 10월 美 ITC 소송결과 희비 갈릴 듯

 메디톡스 vs 대웅, 보톡스 균주 주인놓고 벌인 4년 전쟁 기사의 사진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 출처를 놓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2016년부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3년이 지났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2006년 보툴리눔 톡신 국산화에 성공해 메디톡신을 출시한다. 이후 대웅제약(2014년·나보타)도 자체적으로 보톡스 제품을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다.

이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나보타의 일부 염기서열 정보가 자사 제품과 동일하다며, 대웅제약이 자신의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전체 염기서열 등 유전정보를 공개하면서 대웅제약에도 균주의 출처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규정하는 고유 식별지표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면 사실상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있다.

이어 메디톡스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7년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에 진출에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자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사의 대립이 깊어지고 감정적인 비난과 반박이 이어지자 결국 법원에서 양사에 더 이상 장외 설전을 벌이지 말 것을 요청해 한동안 소강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월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하면서 다시 양사의 대립은 격해지기 시작했다.

ITC는 메디톡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5월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이 대웅제약의 나보타 전용 생산시설인 향남공장과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한 모든 서류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증거수집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웅제약 역시 메디톡스의 균주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는 자사가 보유한 보툴리늄 균주인 ‘홀A하이퍼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홀A하이퍼 균주’를 자연상태인 마굿간(토양)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해왔다.

사실상 포자검증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동일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지난 7일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를 대웅제약의 보톡스 포자 형성 검증 방식대로 검증한 결과 포자가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사태는 미궁으로 빠졌다.

이에 대웅제약은 자료를 통해 “메디톡스는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한 번도 포자를 형성한 적이 없다고 한 홀A하이퍼 균주에서 갑자기 포자가 형성됐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2017년 대웅제약을 상대로 균주 도용 등 혐의로 소를 제기한 때부터 자신들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선 뒤늦게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메디톡스는 지난 1월 자신들의 균주가 감정시험 조건을 포함한 어떠한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공언했다.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양사는 ITC 보고서를 통해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15일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부에 제출한 보고서 일부를 공개하며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보고서가 오류 투성이라며 나보타 균주는 메디톡스 균주와 유전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매디톡스는 미생물유전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폴 카임 교수가 대웅제약의 균주를 분석한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폴 카임 교수는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가 밀접한 관계며 최종적으로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카임 교수는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됐고 대웅제약 균주가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동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자사 균주는 메디톡스 균주와 유전적으로 다르다며 메디톡스 폴 카임 교수 보고서는 오류투성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균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메디톡스 균주와는 유전적으로 서로 다름이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 미국 미시건대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부분적인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메디톡스 유전자 분석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며 “전체 유전자 서열 분석(WGS)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 균주가 차이를 보임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독자 발견한 것이 이번에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돼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해졌다”며 “메디톡스의 음해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입증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소송을 마무리하고 메디톡스에게는 그 동안의 거짓말과 무고의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데이비드 셔먼 박사 반박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유기화학 전공자인 셔먼 박사 보고서는 한국토양에서 균주를 분리 동정했다는 대웅제약 주장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 반박을 위해 만든 자료에 불과”하다며 “대웅제약은 지금이라도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자는 메디톡스 제안에 동의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리한 보톡스 균주 싸움에 대해 메디톡스가 국내 시장에서 다른 업체의 보톡스 출시로 인해 매출에 위협을 받고 미국 시장에서 대웅이 먼저 미국시장에 허가를 받으면서 물 밑에서 제기되던 의혹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이유가 크다고 분석했다.

메디톡스 측은 대한민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계의 신뢰도와 치명적인 미생물인 보툴리눔 톡신을 다루는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균주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양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논란에 대한 결론은 ITC의 재판결과에 달려있다. ITC는 양사의 보고서를 제출받은 후 내년 2월 재판을 시작해 6월 예비판결을 내릴예정이다. 최종 판결은 10월 이후 나올 전망이다.

뉴스웨이 이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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