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그룹 ‘소년가장’ 탈출···누구 품에 안기나

최종수정 2019-07-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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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입찰공고···9월 중 숏리스트 선정 관측
매각價 2조대 추산···자금력 풍부한 대기업 유리
유력 인수 후보자들, 비공식적 사업성 검토한 듯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글로벌 역량 강화도

아시아나항공이 공식적인 매물로 나오면서 매각전 막이 올랐다.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아직까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조만간 새 주인 자리를 원하는 후보자 윤곽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자금줄에서 벗어나 글로벌 항공사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25일 금호산업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2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은 입찰 참여 의향을 밝힌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 Information Memorandum) 요약본과 비밀유지 확약서를 우선 제공한다.

투자자가 비밀유지 확약서에 서명을 하면, 그때서야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정식 IM을 발송하게 된다. IM에는 기업 설명과 함께 재무현황, 영업전략, 조직구조, 항공업황과 향후 전망 등 아시아나항공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IM 자료를 희망하는 잠재적 원매자에 500만원의 비용을 받고 유료로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인수 후보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매각의 중대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기한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통상 1~2주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8월 둘째 주에는 매각전 참전 기업의 명단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S증권과 채권단은 약 한 달 간의 LOI 검토를 거쳐 9월에 적격 예비인수자(숏리스트)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숏리스트들은 자체적인 매수 실사를 진행하고, 늦어도 10월께 본입찰이 성사될 전망이다.

본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되면,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를 맺게 된다. 변수가 없는 한,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원매자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매각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 2조원대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주가(6520원) 기준 구주 인수대금은 4480억원대로 계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20~30%)를 포함하면 5400억~5800억원대 규모다. 발행된 신주 가격까지 포함해야 한다. 채권단이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의 몸값도 감안해야 한다. 전체적인 딜 규모로 추측컨대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본격화됐지만,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거의 없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만이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힌 정도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그룹과 한화그룹, GS그룹 등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 기업들이 이미 비공식적으로 인수 관련 검토를 실시했다고 보고있다. 매각전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2위 국적항공사로, 매력도가 높게 평가된다는 점 역시 시장에서 매각전 흥행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3일 “두 번 다시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변화추진실발(發)로 항공전문가 채용 공고를 냈다. 또 최태원 SK 회장이 카타르항공을 소유한 카타르투자청과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방안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화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난 지난 4월부터 “관심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주주(김승연 회장)의 결정에 따라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GS그룹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다. 인수전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분리매각과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은 원매자가 요구할 경우 분리매각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등 LCC만 따로 떼 내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지역 주주들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실가치보다 구주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유찰 후 원매자들이 가격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정해지면, 1988년 이후 31년 만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품을 떠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시에, 그룹 내 유일한 캐시카우로 M&A 때마다 자금을 대는 ‘소년가장’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가진 자부심도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사명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꾼 점도 이를 방증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재계 25위권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0위권의 중견기업으로 축소된다. 주요 사업도 항공업에서 건설·버스업으로 재편된다. 사명에서도 ‘아시아나’를 뺄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을 떠나는 아시아나항공이지만, 다른 대기업으로 인수되는 것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주요 원인으로는 만성적인 적자가 꼽힌다. 약 10년간 박 전 회장 숙원사업인 그룹 재건에 동원되면서 현금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항공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새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력 아래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금호산업이 매각 주간사 등과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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