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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를까’···전기요금의 경제학

[NW리포트]‘다시 오를까’···전기요금의 경제학

등록 2019.07.10 15:47

주혜린

  기자

누진제로 가구당 1만원 할인···한전은 3000억 손실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소득 묻지 않고 깎아줘 문제 산업용 요금, 누진제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다시 오를까’···전기요금의 경제학 기사의 사진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기요금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줄곧 ‘두부장수론’을 펼치며 그동안 원재료인 콩보다 제품인 두부를 싸게 파는 것과 같은 전기요금체계의 개편을 주장해왔다.

한국전력은 1일 “국민들의 여름철 요금 부담 완화와 함께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요금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시했다. 누진제 개편으로 매년 약 3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적자를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7~8월 누진제 완화···전기료 평균 1만원↓

현행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있어 형평성 논란이 계속됐다. 가구별 전기요금은 한전이 책정한 기본요금과 1~3단계로 나뉘는 누진제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전력량요금을 합한 뒤 부가가치세(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더한 금액이 측정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 이후 일반 가정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부족한 전력을 되도록 산업 쪽에서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1974년 도입 초기 누진제의 누진구간은 3단계로, 누진 최저·최고구간의 요금 차이(누진율)는 1.6배에 불과했지만,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9년에는 누진구간이 12단계으로 늘어나 누진율은 무려 19.7배까지 확대됐다.

1995년 7단계(요금 차이 13.2배)로 조정됐다가, 2005년 12월 6단계(요금 차이 11.7배)의 누진구조로 개편돼 약 10년간 시행됐다. 이후 2016년 폭염 당시 전기료 폭탄 논란이 일자 정부는 6단계였던 누진제 구간을 1단계(1~200kWh), 2단계(201~400kWh), 3단계(401kWh~)로 개편해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커지면, 올해 정부는 기존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냉방기기 등 전기소비가 많은 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은 전기사용량에 따라 200킬로와트시 이하 사용량 구간까지는 1킬로와트시당 93.3원, 201~400킬로와트시 구간은 187.9원, 401킬로와트시 초과 때는 280.6원의 요금을 적용한다.

정부는 기존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냉방기기 등 전기소비가 많은 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300킬로와트시 이하 구간까지 93.3원, 301~450킬로와트시 구간에는 187.9원, 450킬로와트시 초과 때는 280.6원의 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이 적용될 예정이다. 200~300킬로와트시 사용량 가구와 400~450킬로와트시 사용량 가구가 혜택을 보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여름 폭염을 앞두고 살인적 전기요금 걱정을 하던 주택용 전기사용자들의 걱정은 한시름 덜어졌다. 다만, 그로 인해 한전이 떠안아야 할 손실액이 적잖을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다. 매년 2536억~2847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오를까’···전기요금의 경제학 기사의 사진

◆소득 무관 요금 할인 손본다

이에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편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공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약계층이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1인 고소득 가구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란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소비자에게 월 2500~4000원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작년 기준으로 958만 가구(전체 가구의 49%)가 혜택을 봤으며 총 할인금액은 3964억원이다. 문제는 월 200kW 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전력사용량은 가구원 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1·2인 가구들이 대부분 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월 1만∼2만원 안팎으로 요금 할인이 이뤄지는 장애인,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3자녀 이상 가구, 사회복지시설 할인 등 배려 계층에 대한 할인 제도가 있는데도, 단지 적게 쓴다는 이유로 전기요금의 25%에 가까운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로 “연봉 2억원의 한전 사장인 나도 할인을 받고 있다”며 폐지 또는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가구 중 지원이 필요한 진짜 취약계층은 2%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폐지할 경우 한전은 최대 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가 이하의 요금 체계 개편···산업용 경부하 ‘만지작’

아울러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기로 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선 산업용 경부하 요금,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 1단계 구간 등이 도매가격(전력구매단가)보다 소매가격(전기요금)이 낮아,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원가 이하로 판 전기가 4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기준 하루를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시간대로 나눠 각기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로 운영된다. 과거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나 지난 10년간 10차례나 인상됐다. 2000년 이후 주택용은 15.3%, 일반용이 23%씩 인상된 반면 산업용은 84.2% 올랐다. 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2016년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산업용이 114.2%로 가장 높다.

한전은 경부하 요금제가 당초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남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전기요금이 저렴한 밤에 주로 공장을 돌려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산업용 전기 판매량의 절반(48%)을 경부하 시간대가 차지한다. 또한 우리나라 전기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줄곧 제기됐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적 에너지 소비 효율을 제고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면서도 “필수사용량 공제 개선이나 계시별 요금제가 곧바로 전기요금 인상을 뜻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름철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료가 비싸지는 역설적 상황을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를 위해 한전이 요구한 전기 요금 인상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전기 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오면 적부(適否)를 봐서 심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이 곧 전기 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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