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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소송전 치밀하게 준비···SK이노에 ‘설욕전’

LG화학, 배터리 소송전 치밀하게 준비···SK이노에 ‘설욕전’

등록 2019.05.27 14:38

이세정

  기자

지난달 SK이노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세계 1위 로펌 선임···방대한 기술유출 증거 수집전략적으로 헝가리법인 제외···승소 가능성 높여2011년 특허침해소송 항소 취하···SK이노에 기권패

사진=LG화학 제공사진=LG화학 제공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인 LG화학이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핵심기술 유출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벌어진 SK이노베이션과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화해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판정승’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2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대형 로펌인 ‘코빙턴 앤드 벌링’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코빙턴 앤드 벌링은 지적재산권과 반독점, 국제무역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로펌과 손을 잡은 배경에는 LG화학이 세계 1위 로펌으로 꼽히는 ‘덴톤스’를 선임한 것과 무관치 않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 기술특허 전문 법무법인인 덴톤스를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LG화학은 격전지가 한국이 아닌 만큼, 미국 현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덴톤스를 앞세워 소송에서 무조건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 왔다. 소송 대응팀을 꾸린 기간은 6개월 정도지만, SK이노베이션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한 기간은 더 오래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2017년 SK이노베이션 측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 절자를 중단해 달라’며 내용증명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법적대응 가능성도 수차례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이 시기를 전후해서부터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LG화학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LG화학 직원 A씨는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기 전 동료에게 “나와 함께 SK이노베이션으로 가자. 첨단개발팀으로 가서 여기(LG화학) 기술을 소개하고, 2~3년간 이 상황을 이용하다보면 승진해서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또다른 직원 B씨 역시 문자메세지를 통해 LG화학 동료에게 “그들(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LG화학은 전직 직원들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촬영하거나 다운로드, 전송한 사실도 확인했다.

최근에는 ITC에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법인을 피고에서 제외하도록 소장을 변경했는데,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G화학은 당초 SK이노베이션 한국본사와 미국 법인, 헝가리 법인 등 3곳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피고로 명시했다. 하지만 ITC가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법인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해 말 설립됐다. 이 법인은 폭스바겐의 북미향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탈취한 기술을 활용해 폭스바겐 배터리 납품권을 따냈고, 이로 인해 약 10억달러가 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헝가리 법인과 관련해서는 불법행위와 연관시킬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는 제외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업 특성상 고객사와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경쟁사의 수주 규모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법인의 수주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애를 먹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LG화학 측은 “헝가리 법인과 관련된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소송 개시시점이 미뤄질 수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 소송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의 ‘설욕전’이라는 점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인력탈취·기술유출을 이유로 공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특허와 관련해서는 8년 전 법정에서 맞붙은 바 있다.

LG화학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2005년 특허로 인정받은 리튬전지 분리막 코팅 기술을 도용했다”면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맞서 특허심판원에 LG화학을 상대로 특허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LG화학은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고, 특허무효건에서는 1심과 2심 모두 SK이노베이션이 승소했다. 2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항소를 취하했고, SK이노베이션과 소송을 마무리짓는데 합의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과 관련, 방대한 양의 증거를 확보한 만큼 승소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ITC의 최종판결까지 통상 16∼18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중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송 장기화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ITC의 최종결정은 연방지방법원의 1심 판결과 동등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결정에 불복할 경우 연방항소법원(CAFC)에 60일 내에 항소가 가능하다. 또 ITC 최종판결과 달리 델라웨어 지방법원의 1심 결과에 따라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측이 항소, 상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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