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총수 올랐지만···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

최종수정 2019-05-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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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자발적 아닌 공정위 ‘직권지정’
상속계획 미포함···삼남매 지분차 미미
항공-호텔-관광 등 계열사 분리 가능성
상속세 마련 방안 찾아야···KCGI 위협도 거세

그래픽=강기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뒤를 이을 총수로 사실상 확정됐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위태롭다. 조 전 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내홍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그룹 분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견제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재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오후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발표일로 제시한 15일을 이틀 앞두고 부랴부랴 총수 지정을 마친 것.

앞서 그룹은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서류를 내지 못하다 지난 3일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8일 오후 2시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룹 측은 기한을 맞추지 못했고, 발표일은 미뤄졌다.

공정위는 그룹이 제출한 서류 검토를 거쳐 동일인 지정 내용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조원태 회장이 차기 총수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그룹이 자발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에 앉혔다기보다는, 사실상 공정위가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직권 지정’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둘러싼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조 전 회장 지분 등 상속 계획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는데, 가족간 분쟁 가능성이 염려된다는 지적이다.

조 전 회장의 유언장 유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언장이 없다고 가정하면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의 상속 비율은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94%, 삼남매가 각각 3.96%씩 상속받는다. 유언장이 존재하더라도 조 전 회장이 생전 ‘가족끼리 잘 협력하라’는 메세지를 남긴 점을 고려하면, 한 명에게 몰아줄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삼남매간 지분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 2.34%를 가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0%이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삼남매 중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힘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그룹이 분리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조 전 회장은 타계 전부터 조원태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의 경영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호텔을 물려주기 위한 구상을 그려왔고 삼남매 역시 이 같은 승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조현아·현민 자매는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언젠가는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게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 계열사를, 조현민 전 전무는 한진관광 등으로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조현민 전 전무는 저비용항공사 진에어를 이끌 것으로 보였지만, 외국 국적이어서 경영이 불가능하다. 조원태 회장과 두 자매간 지분격차가 미미한 만큼, 계열 분리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은 구도다.

막대한 상속세 마련 방안도 찾아야 한다. 조 전 회장의 상속세 신고기한은 오는 10월31일까지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약 2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율은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로 책정되고,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 주식평가시 할증이 붙는다. 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의 평균으로 정해진다. 지난 2월7일부터 오는 6월7일까지 기준이다. 정확한 상속세 규모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조 전 회장 사망 전 2만5000원대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로 1.5배 이상 오르며 상속 부담을 높이고 있다.

조원태 회장 일가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신청하고, 5년간 매년 400~500억원씩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승계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과 부동산 처분, 배당 확대 등의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대주주인 KCGI의 끊임없는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조원태 회장을 흔드는 요인이다. KCGI는 지분을 빠르게 사들이며 1대주주인 조 전 회장과의 지분격차를 3%대 미만으로 좁혔다.

KCGI는 지난달 말 기준 한진칼 지분 14.98%를 확보했는데, 조만간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KCGI가 자금 조달을 도울 기관투자자와 접촉을 끝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조원태 회장 남매간 갈등이 실제화될 경우, KCGI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조 전 회장의 승계 지분을 고루 나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현아·현민 자매의 지분을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으로 남겨둬야 한다. 하지만 두 자매에 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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