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탈 많았던 엘시티···‘마피’ 분양권에도 거래 몸살 여전

최종수정 2019-05-12 08: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글자 크기 확대

800여 가구 중 300여 가구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
대출규제 영향으로 無P·마피에도 거래 성사는 묘연
현금 14억~15억원 가지고 있어야 안정적 매매 가능
일각에선 현금 부자들의 돈잔치판 될 우려도 나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미포 방향에서 바라본 엘시티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수정 기자

부산 해운대 해변가에 원근법을 무력화 시키는 건물이 있다. 바로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더샵이다. 높이는 물론 덩치도 어마어마해 어디서든 ‘우뚝’한 모습으로 한 눈에 띈다.

주변 부동산도 저마다 ‘Lct전문’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봐도 ‘뭔가 대단한 건물이구나’ 느끼겠다 싶었다. 실제 해변을 걷는 관광객들이 토끼눈을 하고 공사현장을 바라보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시작부터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주목을 받았던 엘시티는 지난 2016년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초에는 작업중인 건설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엘시티는 지난 3월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현재 공정률 85%에 이르렀다. 올해 11월이면 준공돼 입주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엘시티 분양권 시장은 냉랭하다. 일부 평형대는 무피(無P)는 물론 5000~6000만원 마피(-P) 매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9․13부동산대책으로 대출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엘시티 더샵 분양당시 청약을 받은 수요자 3분의 2가량이 투자수요였다. 때문에 대출이 조여지자 중도금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건을 토해내는 것이다. 현재 총 882가구 가운데 300가구가 넘는 가구가 매매물건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엘시티 주변에 위치한 A부동산 실장은 현재 분양권 시장 상황이 어두운 이유에 대해 “당시 70~80% 엘시티 물량을 실제 부자들이 아닌 어중간한 부자들이 투자개념으로 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근데 지금 부동산 시장도 어렵고 대출도 막혀 결과적으로 피가 형편 없는 상황이라, 팔려는 사람은 매수자가 나타나면 피를 파격적으로 깍아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변가에서 바라본 엘시티 공사 현장. 사진=이수정 기자
엘시티 더샵에서 최고로 치는 ‘광안대교뷰’ 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안대교뷰 전용 161㎡(65평형)의 경우 가수별로 차이는 있지만 분양가 16억~19억원에 피가 아예 없는 가구도 있다. 전용 144㎡(59평형)은 분양가 11억~18억원에 5000만원~1억5000까지 피가 형성됐다.

전용 186㎡(75평형)은 분양가 21억~23억원에 최소 1억5000만원~5억까지 피가 형성돼 있다. 5억 피가 붙은 가구는 엘시티 내에서도 최상위급 전망을 가진 곳으로 알려졌다.

전용 161㎡ 광안대교뷰 분양권 소유자 C씨(28)는 “부모님이 지난해 연말 매물을 올렸는데 지금까지 사겠다는 사람이 딱 1명 왔었고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죽어있긴 하지만 오는 10월 쯤 준공이 가까워오면 다시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분양권 매도희망자(전용 144㎡)는 K씨(64)는 “분양 받은 후 피가 이렇게 안붙을 줄 몰랐다”며 “엘시티를 빨리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였다.

이처럼 대출이 까다로워 지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매도자 뿐이 아니다.

엘시티 매수 희망자들은 중도금 납부가 6회까지 마무리된 지금 상황에서 적어도 10억은 현금으로 까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피까지 합쳐 매매가가 20억이라면 현금 14억을 보유해야 안정적인 매수가 가능하다.

엘시티 정문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한 매수희망자는 “현재 중도금 대출 승계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으니 현금 마련 하려면 부담이 되겠다 싶다”며 “집에서 정산을 해보고 다시 연락 연락할 생각”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엘시티 정문 옆 B부동산 대표는 “매수자 중 사업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금 마련 루트를 정부에서 대조해 조사하기 때문에 안좋은 영향이 미칠까봐 계약을 안하는 사례도 있다”며 “그래도 엘시티는 부산에서 보기 드물게 가격이 아주 비싼 곳이라 기본적으로 돈이 이 있는 사람들이 문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엘시티 매수 문의는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10명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서울이나 대구, 외국에서 들오는 상담이다. 보통 자금여력이 풍부한 장년층 이상의 문의가 많으며, 이들의 특성상 학군이나 교통 여건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현재 공정률은 85%이며 오는 11월 준공후 입주가 시작된다. 사진=이수정 기자
부산 수요자들 중에서는 지역 내 부촌으로 알려진 우동 마린시티 거주자들이 이동수요가 비교적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분기 해운대 우동지역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인 해운대IPARK 전용 180㎡ 매매가는 16억6000만원으로, 엘시티 더샵의 작은 평수 가격과 비슷했다.

실제 마린시티에 거주하는 시민 H씨(36)는 “이제 마린시티도 지어진지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엘시티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다”며 “현금이 있는 사람들은 시장이 죽어있을 때 엘시티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이런 교체수요와 더불어 싼 가격에 분양 받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다시금 차익을 노리는 기대심리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엘시티가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의 또다른 돈잔치가 될 우려가 나온다는 뜻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있는 사람들은 큰 돈 안들이고 이번 정부가 끝나면 그대로 두 배 이상 가격이 뛸 것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서울권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그 다음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지유플러스
카드뉴스+
기획&탐사
  • 페이스북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Copyright © Newsway All Rights Reserve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