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하나금융, 나란히 롯데카드 인수 실패···남은 실탄 어디로?

최종수정 2019-05-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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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무혈 인수설’ 언급에도 탈락
우리, 3-4위 순위 벌릴 대어 놓쳐
중소 보험·증권사 인수 주력할 듯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왼쪽)와 명동 하나금융지주 본사. 사진=각 사 제공

올 1분기 기준 금융지주 순이익 3·4위인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와 카드업계의 대어급 M&A 매물로 꼽히던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두 회사 모두 롯데카드 인수에 상당한 열의를 갖고 경쟁에 나섰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물러서게 됐다.

롯데카드 지분 매각에 나선 롯데지주는 3일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 롯데손해보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금융회사를 품게 된 곳은 모두 전업 금융회사가 아닌 사모펀드들이다.
롯데손보는 인수전 초기인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BNK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그룹이 불참하면서 사모펀드 간의 경쟁으로 압축됐지만 롯데카드 인수전은 이야기가 달랐다. 복합금융그룹인 한화그룹과 전업금융그룹인 하나금융그룹, 사모펀드 간의 다자 대결로 시작됐다.

롯데카드 인수전 초기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본입찰 시점에서 한화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 나왔고 그 과정에서 한화그룹이 인수 의사를 접으면서 하나금융지주의 무혈 인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인수 후보 중 유력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주선 조건으로 우리은행과 손을 잡으면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양강 경쟁 양상으로 바뀌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하나금융도 우리금융도 아닌 한앤컴퍼니였다.
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는 인수가격으로 최대 1조9000억원을 써내며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이나 하나금융보다 더 비싼 금액을 제시했다.

롯데 측은 가격 측면 외에도 다른 문제를 고려해 한앤컴퍼니를 인수 후보로 꼽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가격 경쟁에서 MBK-우리은행 컨소시엄과 하나금융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나란히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금융권 내 영향력 강화를 꿈꿨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인수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다. 본입찰 돌입 단계에서 한화그룹이 빠졌고 우리은행의 참여 이야기가 나온 후에도 인수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했다.

어느 때보다 인수 가능성이 높았지만 인수전 결과가 뜻밖의 실패로 돌아가면서 하나금융이 입을 상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순이익 3위 경쟁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었던 M&A에서 고배를 마셨기에 하나금융의 3위 추격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인수전 막판에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은 우리금융도 이번 인수전 실패에 큰 아쉬움을 느끼게 됐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을 쉽게 인수하도록 인수자금 마련의 조력자 역할만 했기에 상처의 깊이로 보면 하나금융보다는 아쉬움이 덜 하다는 관측이 있다.

이제 시장의 관측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향후 행보다. M&A 시장 내에서 나름 대어급으로 꼽히던 롯데카드를 놓쳤기에 다른 금융회사가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다면 두 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참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소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에 두 금융그룹이 나설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롯데의 마지막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도 남아 있지만 롯데그룹이 매각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데다 롯데캐피탈 인수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경쟁이 매우 유력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중에서 M&A 시장 행보가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롯데카드 인수전 탈락으로 인해 롯데카드 인수에 쓰려던 1조원 이상의 자금이 그대로 금고에 남았다. 실탄이 충분히 준비된 만큼 마땅한 매물만 나온다면 즉시 움직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지주회사를 세웠기에 현행 감독 규정상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자기자본비율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대형 M&A 매물에 손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M&A 시장에서 하나금융이 유리해질 수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금융회사는 보험회사가 많다. 중국계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경영 정상화 작업을 밟고 있는 KDB생명도 매각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경우 매각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곳이 딱히 없지만 소문은 여전히 무성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베스트투자증권이나 유안타증권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체적인 생존에 주력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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