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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신학철, 김준 SK이노 사장에 경고장

‘뿔난’ 신학철, 김준 SK이노 사장에 경고장

등록 2019.04.30 10:46

수정 2019.05.24 17:52

이세정

  기자

LG화학, 美서 기술유출 혐의로 SK이노 제소국내 배터리 첫 소송전···“30년 기술력 부당 확보”김 사장 취임·인력유출 시기 맞물려···책임론 가능성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단단히 뿔이 났다. 전기차 배터리 선두주자로 약 30년간 누적해 온 핵심기술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고의로 탈취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

차세대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를 낙점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아 보인다. 특히 김준 총괄사장이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에 오르며 전기차 배터리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시기와 기술 유출 시기가 맞물리는 만큼, 김준 사장 책임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30일 LG화학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미국 ITC와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서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는 만큼, 증거 은폐가 어렵다. 또 이를 위반하면 소송결과에 영향을 주는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ICT는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LG화학이 승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셀과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간 기술유출을 둘러싸고 법정소송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 SK이노베이션은 약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 이 인력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직원 A의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는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에서부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개선 방안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내용이 모두 기재됐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적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다.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도 경고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과 수주에 활용하고 있고,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LG화학은 자사 핵심기술을 불법 탈취한 덕분에 SK이노베이션이 고공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LG화학의 핵심 인력이 이동하기 전인 2016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또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를 단행, 2차전지 분야를 집중 육성해 왔다.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 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 전사 연구개발비가 지난해 기준 2300억원에 그친다. LG화학이 전지 한 분야에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연구개발비를 크게 상회하는 것.

특허에 있어서도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지만, 회사 내부는 비상 상황이다. 법무팀 등 관련 부서가 총출동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학철 부회장이 우회적으로 김준 사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김준 사장이 LG화학의 핵심기술 유출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준 사장은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 신임 CEO로 선임됐고, 2017년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공식 선포한 바 있다. 김준 사장의 중장기 비전 선포 시기와 LG화학 인력이 대거 이동한 시기가 겹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공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저격한 것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에 대한 견제일 수 있다”면서도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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