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10년간 금호그룹 캐시카우···이별 마지막 순간까지 돈줄

최종수정 2019-04-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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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매각조건으로 5000억 요청
박삼구 전 회장, 사세확장에 아시아나 동원
2015년부터 비상경영 불구 만성적자 여전


국내 2위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는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내 유일한 캐시카우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금 유출으로 유동성이 악화됐고, 그룹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돈줄 역할을 하게 됐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 이사회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발전과 임직원 1만여명의 미래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박삼구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을 갖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골자로 하는 수정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룹은 채권단이 수정 자구안을 수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즉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M&A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6868만8063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이뤄진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별도 매각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별도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각이 종결될 때까지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을 유지한다. 아울러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재 축소와 비수익 노선 정리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룹 측은 이 조건의 전제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자금 5000억원을 요청했다. 이 돈은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숨통을 띄이게 해 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아시아나항공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기본 옵션으로 제시했는데, 마지막까지 아시아나항공으로 받아낼 수 있는 돈을 모두 쥐어짜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불거진 감사의견 ‘한정’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고, 손실은 2배 가량 늘었다. 부채비율은 649%로까지 치솟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재무개선 MOU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마저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MOU 연장이 불발되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차입금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퍼져나갔다. 이 경우 장기차입금 258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417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을 일시상환해야 했다.

채권단은 MOU 기한을 한달간 연장하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결단을 유도했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인 만큼, 매각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다. 2004년 아시아나항공이 주력계열사임을 강조하기 위해 그룹 사명을 기존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꾼 사례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준다. 박 전 회장은 영구 경영 퇴진과 오너가 지분 전량 담보 제공 등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약 10년간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해 쉴 틈 없이 곳간을 열었다.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박 전 회장은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시 인수 작업에는 약 10조원에 달하는 돈이 들었다. 몸집을 급격히 불린 덕분에 재계 순위는 한때 7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M&A의 결과는 그룹 와해를 불러왔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워크아웃에서 제외됐지만,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박 전 회장은 무리한 사세 확장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09년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1년 후 전문경영인으로 복귀했다. 이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추진하며 그룹 재건을 꿈꿨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알짜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박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에 헐값에 팔았다.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기내식 대란’도 맥락을 같이한다. 박 회장은 당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무이자로 빌리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권을 중국 업체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납품 차질이 빚어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말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행해 왔다. 지점 통폐합과 노선 구조조정, 비핵심자산 매각, 희망퇴직, 무급 희망휴직, 임원 연봉 반납 등으로 현금 흐름을 개선하려 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을 떠나게 됐다.

한편, 산은은 채권단 회의를 열고 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수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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