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몫 상임위원 선임 난항···할 일 태산인데 활동 멈춘 증선위

최종수정 2019-04-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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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위원장, 박정훈 국장 의중에 있지만 靑서 반대하는 듯
비상임위원 1명 자리도 여전히 공석···당분간 어설픈 3인 체제
한투국투자증권 제재·KB증권 단기금융업 인가 등 현안 산적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금융위원회 몫으로 배정된 상임위원 선임에 난항을 겪으면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박정훈 자본시장정책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가 반대하면서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12일 현재 상임위원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이날을 포함해 두차례 열릴 4월 증선위 정례회의는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선위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연다. 당초 증선위는 이날 회의에서 KB증권 발행어음 인가 문제와 한국투자증권 불법 대출 사태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제대로 된 의결 과정을 거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공석 중인 비상임위원 두 자리 중 한자리에 이준석 동국대 교수가 임명되면서 회의 요건은 갖췄지만 여전히 두 자리가 빈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의거해 총 5명의 위원을 두도록 명시돼있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고위공무원급 공무원 1명을 상임위원으로 두며 금융·증권·회계 관련 학식이 풍부한 민간인 3명이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증선위 활동이 가능한 위원은 고작 2명뿐이었다.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지난 1월 민간 비상임위원에 재임명된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활동할 수 있는 증선위원의 전부다.

그동안 증선위원으로 활동해 온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기가 끝났다. 조성욱 교수는 지난 2013년 증선위원에 임명돼 6년간 활동했고 박재환 교수는 2016년부터 증선위원으로 활동해왔고 둘 다 증선위원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나마 신임 비상임위원으로 내정된 이준서 동국대 교수에 대한 금융위의 임명 제청안을 미국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늦게 재가하면서 증선위는 회의 하루 전에 의결 정족수를 겨우 채우게 됐다.

문제는 금융위 내부 인사 몫으로 할당된 상임위원 자리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과 기획조정관을 지낸 김학수 금융결제원 원장이 지난 2017년 12월부터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지난 2월 금융위에 사표를 냈고 최근 금융결제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원장의 후임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증선위에서 금융위 몫으로 할당된 상임위원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증선위원장은 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할 권리만 있을 뿐 회의에서 개별적 의견을 피력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위 소속 상임위원은 정부 측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증선위 상임위원은 금융위 국장급 간부 중 1명이 올라가는 것이 통상적 관례다. 바로 직전 상임위원이던 김학수 원장은 기획조정관을 맡았고 김 원장 전에 상임위원을 맡았던 유광열 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실장급인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상임위원에 올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행정고시 35회 출신이나 그보다 후배에 해당하는 간부가 증선위 상임위원을 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임 상임위원인 김 원장이 행시 34회 출신이기 때문에 행시 순서에 따라 임명하는 관료 사회 내 관례에 따른 것이다.

현재 금융위 국장급 간부의 대다수는 모두 행시 35회 출신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태현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난 1월 금융정책국장에서 상임위원으로 먼저 승진했다.

이외에 윤창호 금융산업국장, 최훈 금융정책국장, 최준우 금융서비스국장, 박정훈 자본시장정책관 등이 현재 국장급 간부로 있는 행시 35회 출신들이다. 또 다른 국장급인 이세훈 구조개선정책관과 이명순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행시 36회 출신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박정훈 국장이 증선위 상임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국장이 지난 2017년 8월부터 자본시장국장과 자본시장정책관으로 일하면서 줄곧 증권 관련 정책을 총괄해오는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뚜렷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또 행시 35회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데다 업무 성과도 출중하다는 평가가 금융위 내부에서 꾸준히 나왔다. 박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에서 파견 근무한 적이 있고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일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국장의 승진을 청와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박 국장을 상임위원으로 선임하기 위해 청와대의 의중을 확인했는데 탐탁치않은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혔다.

정부에서도 박 국장의 업무 전문성과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증선위원으로 올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내막을 잘 아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정부 고위층의 개입으로 증선위 상임위원 후보 물색 과정이 길어지다보니 증선위의 인적 구성이 지연되고 결국 증선위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상임위원 자리를 놓고 복수추천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청와대에 제청안을 올리지는 않았다”며 “급한대로 비상임위원 임명이 마무리됐지만 상임위원 임명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사 문제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사이 증선위는 표류하고 있다. 신임 위원인 이준서 교수가 12일 회의에 어렵사리 나온다고 해도 이날 회의는 파행이 확정적이다. 빨라야 오는 19일 회의에서부터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미지수다.

현재 증선위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안 의결과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등을 논의해야 한다. 다만 금감원이 내린 한국투자증권 제재는 수위가 높지 않고 KB증권 단기금융업 인가도 업무 우선순위에서 뒤처진다는 해석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선위가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업무를 하는 곳인 만큼 정부의 심사숙고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부의 고집으로 시장 감시 업무가 지지부진해진다면 이 역시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정부가 조속히 나서줘야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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