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쟁터가 따로 없어요”···강북 알짜 갈현1구역 가봤더니

최종수정 2019-03-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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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현대·HDC 대형사 간 3파전 치열
가는 곳마다 OS요원, 홍보전 뜨거워
조합원, 컨소시엄 보단 ‘단독’시공 원해

“아이구,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OO건설사 진짜 집 잘 지어요.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좋아서 나중에 피(fee)도 많이 붙는다니까? 시평 순위? 그거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회사에 부채 있나 없나 그게 더 중요하지. 해외 건설하는 거랑, 주택 짓는 거랑은 다르다니까 그러네~”

지난 22일 은평구 갈현 제1구역 재개발 단지 내 부동산 밀집 지역의 모습. 사진=서승범 기자

지난 22일 오후 찾아간 은평구 갈현 제1구역 재개발지 일대에는 낮은 주택들과 오래된 상가 사이로 각자 자신의 건설사를 홍보하기 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보면 별 다를 것 없는 이곳에 조용하지만 치열한 건설사들의 수주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작은 문방구에 걸린 △△건설 달력과 공인중개사 마다 널려있는 브로슈어들이 이같은 열기를 짐작케 했다. 건설사들이 홍보를 위해 고용한 OS(Outsourcing)요원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들은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조합원과 만나기 위해 거리를 배회했다.

이 곳은 총 4116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재개발 구역이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은 저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갈현1지구는 지난 1월 31일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고, 현재 적산 과정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르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각 건설사에서 제안서를 받아 심의에 들어간다.

◆OS요원들 곳곳서 눈에 띄어...‘클린 수주전’ 지켜지는 듯
지난해 10월 13일 시공사 수주 비리 처벌을 강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공포되고, 시행령이 적용된 이후 수주전쟁은 비교적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이날 만난 복수의 공인중개사와 조합원에 따르면 시행령 적용 이전에는 물밑으로 금품이 오갔던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 같은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OS요원들은 “예전에는 과일 박스라도 사서 들어갔는데 요즘은 정책상 할 수가 없다”며 “커피 하나도 못 사서 들어가니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OS업체들이 하는 모든 행위를 건설사 측에서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에 더 신경쓰고 있는 추세”라며 “지금 모든 건설사들이 변화 기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원 사이 최대 이슈는 ‘단독’ 시공

최근 갈현 제1구역 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의 최대 이슈는 ‘컨소시엄이냐 단독 시공이냐’다. 복수의 조합원들에 따르면 컨소시엄보다는 단독 시공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파트 브랜드명 차이에서 오는 프리미엄 차이를 예방과 책임감 있는 후처리가 그 이유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SNS 사이에서 단독 시공으로 밀자는 움직임이 거세다”며 “컨소시엄으로 가면 두 건설사가 일감을 서로 미룰 수 있고, 시공 후 부실 공사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똑같은 조합원인데 아파트 브랜드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동은 오르고, 어떤 동은 값이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된다”며 “특히 컨소시엄은 내 땅 위에다 동업시키키는 셈인데 동업이 잘되는 경우는 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GS건설·현대건설·HDC현산간 3파전 예상돼
복수의 조합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갈현 제1구역은 GS건설과 현대건설 그리고 HDC현대산업개발의 ‘3파전’이 예상된다. 현재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GS건설·SK건설·롯데건설 등 5개 대형건설사가 뛰어들었다.

얼마 전까지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최근 수주전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롯데건설은 갈현1지구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뗐다가 5개월 전 다시 참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양새다.

이달 말 적산 작업을 끝내더라도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8~9월쯤 돼야 가능하지만, 어떤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게 될 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 조합원은 “이 곳은 GS건설이 몇 해 전부터 공을 들여온 곳”이라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자이(Xi) 브랜드도 한몫 했지만, 예전부터 주민들을 모아서 식사 대접도 하는 등 노력한 덕분에 GS건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모 건설사 OS요원은 “우리 시공사는 아니지만 돌아다녀 보면 현대건설을 좋아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 주변에 현대건설이 지은 아파트가 좋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현대건설 보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브랜드가 낫다고 생각한다”는 조합원도 있었다.

갈현1지구 재개발 조합 측은 “아직 제안서를 받은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시공사가 될 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조합원들이 친환경적인 건설자재와 마감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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