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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라는 충청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

[르포]캐스팅보트라는 충청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

등록 2017.04.18 00:17

수정 2017.04.18 16:35

임정혁

  기자

대전 시민들 文-安 어디에도 쏠리지 않는 분위기“반기문·안희정 이탈 이후 열성 지지 이유 사라져”“그래도 충청이 뽑으면 대통령 된다”···자신감 여전

대선 공식 일정이 시작된 17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정혁 기자대선 공식 일정이 시작된 17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정혁 기자

“허구헌 날 정치 얘기해봐야 재미 없어유.”

17일 오전 대전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1)씨는 대선 얘기가 나오자 말을 잘랐다. 충청도 민심이 오리무중이라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자기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이며 속내를 감췄다. 오히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냐는 질문이 역으로 돌아왔다. 대전 시민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 말의 체감도는 올라갔다.

“충청이 대통령을 만든다”, “대선 캐스팅보트는 충청이다” 등의 말이 나오는 만큼 대전 시민들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슈퍼마켓 주인 이영선(55)씨는 “반기문도 그리되고 안희정도 나가리 됐는데 뭐 좋다고 찍을 일이 있겠느냐”며 “우리집은 문재인도 안철수도 아니고 그날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돌렸다.

시장 청과점에서 만난 40대 남성 김모씨는 “주변에 젊은층이나 또래를 보면 문재인이 조금은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안철수”라며 “젊은 친구들이랑 달리 제 또래나 그 이상은 안철수쪽으로 좀 더 표를 줄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반면 대전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현우(26)씨는 “전임 대통령이 탄핵까지 된 마당에 적폐청산을 할 적임자는 문재인밖에 없다”며 “충청도는 다르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제가 체감하기엔 그래도 안철수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세가 좀 더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밖에 몇몇 시민들은 “그런 거(지지 후보) 말해봐야 달라지는 게 있느냐”, “원래 여기 사람들은 처음 본 타지 사람이랑 정치 얘기 잘 안 한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최근 여론 조사를 봐도 충청권 민심은 ‘안갯속’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3.1%p/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충청권 유권자 42%가 안 후보를 지지했다. 문 후보는 39%로 2위로 밀렸지만 오차 범위 안이다. 전국 단위에서 문 후보가 38%로 1위(안 후보 35%)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 반대의 현상이 나온 것도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국면이 시작된 이후 줄곧 충청권 민심의 향방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충청의 자랑’으로 꼽히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우리 희정이’로 불리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권에서 이탈하면서 민심이 더욱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선거 공식 일정이 시작된 17일 오전 대전역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임정혁 기자대선 선거 공식 일정이 시작된 17일 오전 대전역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임정혁 기자

자신의 성이 반씨라고 밝힌 한 30대 여성은 “부모님 두 분은 반기문이었고 저는 안희정이었는데 이번에 속된 말로 멘붕이 왔다”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이상하게 거리감이 느껴지고 대전에 큰 이득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여성은 “그래도 탄핵 이후 투표가 중요해졌고 문재인 안철수 구도라고 하니까 꼭 한 명은 찍는데 이왕이면 민주당인 문재인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사실 문 후보가 지난번 대선에서 떨어졌다가 이번에 나왔듯이 안희정 후보가 차기 대통령 후보에 나오면 기분 좋게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대전 시내 칼국숫집에서 만난 50대 주인 역시 “이번 대선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우리한텐 재미없게 됐다”며 “세계 대통령이라는 반기문씨도 사라지고 충남을 지극히 보살펴 준 안희정 지사도 문재인 후보에 막혔는데 그럴 바에야 국민을 갈라놓을 것 같지 않은 안철수 후보가 요즘 눈에 들어온다”고 넌지시 말했다.

한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30대 김모씨 또한 “반기문·안희정 표가 안철수한테 갔다는 얘기가 있는데 나도 그곳에 속할 것”이라며 “똑똑한 후보를 뽑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는데 안 후보가 과거 이력을 봤을 때 가장 적합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인 20대 후반 한모씨는 “반기문과 안희정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젊은 층은 그런 지역 색보다 인생의 어려움을 알고 지금처럼 대한민국 청년층이 어려울 때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면서 “문재인 후보가 그런 면에선 가장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전 민심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경계가 뚜렷해 민심 파악이 더 어렵다는 ‘밑바닥 분석’도 있다. 자신을 대덕 연구단지 종사자라고 소개한 40대 남성은 “서울에서 살다가 일 때문에 내려와 대전에 정착한 지 5년인데 생각보다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가진 분들이 많은 곳이 이곳”이라며 “대덕을 포함한 인근 일대의 새로운 이주자들과 그렇지 않은 원래 주민들이 많이 섞이면서 안 그래도 속을 알 수 없다고 불리던 충청권 사람들의 생각이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남성은 “요즘 여론 조사 가지고 말도 많고 한데 적어도 제가 근무하는 연구단지와 자주 가는 생활 구역 내에선 그래도 문재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분명한 건 충청도가 찍으면 대통령이 된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지지 방향을 떠나 시민들에게 공통으로 있다”고 귀띔했다.

이 남성의 말대로 실제 충청권은 대선 승패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역사상 최초의 정권 교체가 성사된 15대 대선에서 이른바 DJP연합이 충청권의 지지를 받아 김대중 후보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16대 대선 역시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해 표심을 끌어냈다.

후보들은 이런 특성을 일찌감치 파악해 대선 공식 일정 첫 날 모두 대전을 방문했다. 문 후보는 오전에 대구를 거쳐 오후에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를 찾아 “통합 대통령”을 외쳤다.

안 후보도 이날 오전 지지 기반이 강한 호남에서 분위기를 띄운 뒤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을 방문해 “국민이 이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전 역전 시장을 찾아 순대를 먹는 등 ‘시장 음식’ 스킨십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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