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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윤계상 “2년 전도 지금도 난 배우 윤계상이다”

[인터뷰] ‘소수의견’ 윤계상 “2년 전도 지금도 난 배우 윤계상이다”

등록 2015.07.09 16:30

김재범

  기자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촬영이 끝난 지 무려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영화계 곳곳에선 ‘폐기처분’이란 말까지 언급하며 이 영화의 용도폐기를 기정사실화했다. 함량미달의 완성도는 아니다. 시나리오의 저열함은 더욱 아니다. 배우들의 못미더운 연기력이라면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힘을 가진 어떤 집단이 감추고만 싶었던 그때 그 일을 언급하고 또 정면으로 다뤘단 점에서 ‘아마도’ 미뤄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의 배급을 포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있었지만 오롯이 믿는 이들은 없었다. 강우석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자처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뒤 개봉을 했다. ‘소수의견’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봤다. 그 중심에 있던 배우 윤계상도 분명 그 2년의 시간이 야속하게 아쉽고 화가 나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밝았다.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려 한단다. 2년이란 시간 속에서 윤계상은 2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담담히 전했다.

상기돼 있었다. 그는 분명히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을 듯했다. 포기할 만한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그도 그럴 뻔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다렸다.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고,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단 걸 알았다. 그러기에 오히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며 기다렸단다. ‘소수의견’ 주연 배우 윤계상은 그렇게 자신과 함께 했던 ‘소수의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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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극장에서 개봉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못한다면 다른 방식도 분명히 있구요. 처음 몇 달은 ‘이유가 있겠지’했다가, 그 이후에는 ‘왜 못하지’로 마음이 바뀌더라구요(웃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언젠가는 하겠지’가 됐죠. 제작사 대표님이 ‘꼭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기다렸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기를 2년이었다. 결국 개봉을 하게 됐다. 제작 발표회에서도 상기된 얼굴로 취재진과 만났다. 물론 한 편으론 걱정도 됐다. 기다린 것과 기억은 결코 비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각의 동물이 사람이라고 했나. 2년 전의 기억이 점차 머릿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좀 두려웠나 보다.

“5월쯤이었죠. 그때 개봉 결정됐단 소리를 들었어요. 진짜 감사했죠. 기다린 보람이 있었구나 싶었죠. 하하하. 물론 걱정도 정말 됐어요. 우선 2년 전에 찍은 결과물이라 지금의 나와는 분명히 많은 시간차가 있고, 인터뷰도 해야 하고 여러분들과 만나야 하고. 그런데 기억이 잘 안나죠(웃음). 다행스럽게 언론시사회 때 좋은 말씀들을 기자분들이 많이 해주셔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물론 감독님이 너무 잘 만들어 주셨으니 저야 묻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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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계상은 1년 전 ‘소수의견’을 이미 봤다. 지금의 상영 버전이 아닌 일종의 가편집본을 본 것이다. 지금의 상영 버전과는 많이 달랐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이 여러 고심 끝에 선보인 버전이 이번 상영본이다. 윤계상은 당시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 ‘그것 만큼은 또렷이 기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버전, 다른 얘기처럼 보였어요. 물론 그때도 지금도 다 좋아요. 너무 좋아서 이 영화가 왜 개봉을 못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와 지금의 버전을 비교하면 좀 더 정돈된 느낌이랄까. 뭐 그래요. 너무 좋아서 개봉 후에는 내가 배우로서 좀 더 이름값을 높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 하하하. 진짜 좋았어요. 그 기분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요.”

그때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소수의견’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방해는 이 영화가 담은 ‘정치적’ 의미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그 부분에 대해 윤계상은 어떤 생각일까. 촬영 기간 내내 국선 변호사 ‘윤진원’으로 분해 권력에 부당함에 맞서 싸웠다. 그는 ‘소수의견’ 속 윤진원으로서 이 영화가 갖는 ‘정치적 의미’란 단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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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타까워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냥 재미있게 볼 상업영화잖아요. 어떤 모티브가 되는 얘기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소수의견’에만큼은 그 문제를 끼워 맞추고 싶은가 봐요. 일단 보고 판단을 해주시면 좋은데 그게 제 맘대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자가 아니라, 이런 일이 있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란 질문을 던지는 거잖아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심오한 영화도 아니고 참 재미있는 영화잖아요. 그쵸. 하하하.”

그의 이 같은 작지만 큰 소신 같은 생각은 극중 ‘윤진원’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영화 속 2년 전의 윤계상과 지금의 윤계상은 분명 다른 인물이다. 2년 전 ‘소수의견’의 윤계상이 좀 더 낯선 모습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지금의 윤계상이 진짜 윤진원처럼 묘한 기시감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세월의 차이가 지금의 윤계상을 만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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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렇게 보이세요(웃음). 글쎄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겪다보니 불만이 쌓인 걸까요. ‘소수의견’ 찍기 전 참여하기로 한 작품이 모두가 무산됐었죠. 김성제 감독님도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더라구요. 그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얼마나 의지가 불타오르겠어요. 하하하. 혈기로 역할을 대했으니 좀 낯설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짜 제가 쏟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가 들이 부었던 것 같아요.”

그런 에너지의 결정체는 ‘소수의견’ 속 법정신이다. 재판 과정을 담은 이 내용은 배우로선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다고. 이런 것이다. 배우는 극 안에서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을 속이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법정 장면은 그렇게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윤계상이 윤진원을 연기하고 윤진원이 연기를 통해 배심원단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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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딱 그 부분이죠.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재판 과정은 콘티 차제도 없었어요. 그냥 연극무대에서 선 느낌으로 가고 싶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어요. 동작 하나하나가 계산 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거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윤진원이 재판 과정 도중 홍재덕 검사(김의성)에게 다가서는 데 그 부분을 갖고 판사인 권해효 선배와 피의자인 이경영 선배 그리고 저 감독님이 9시간을 토론했다니까요. 어떻게 변호사가 재판과정 도중 자리에서 나갈 수 있느냐 마느냐로 하하하.”

집중을 했다. 온 몸의 에너지를 매 순간 쏟아 부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자신의 연기 인생 가운데 분명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줄 그것을 ‘소수의견’에 윤계상은 쏟아 부었다. 그 역시 아련한 기억이지만 ‘소수의견’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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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티 보이즈’ 때 정말 수많은 몰매를 맞아봤잖아요. 하하하. 그런데 그때 그 작품이 아니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소수의견’도 제 배우 인생 중 최고라고 극찬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어요. 아직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저한테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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