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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감독 “‘소수의견’과 ‘부당거래’ 세계관 공유 시도했다”

[인터뷰-②] 김성제 감독 “‘소수의견’과 ‘부당거래’ 세계관 공유 시도했다”

등록 2015.06.29 00:00

수정 2015.06.29 11:16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지는 몰랐을 것이다. 아니 수 없는 영화가 기획 단계에서 제작이 무산되고, 또 제작 과정에서 중단되는 일이 부지기수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크지 않은 사이즈의 영화로서 촬영을 끝마쳤다는 게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2년전이나 지금이나 너무도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단 점에서 ‘소수의견’은 세상에 빛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다. 더욱이 권력의 민감한 이면을 건드렸단 점에서 ‘소수의견’은 다양한 추측을 만들어 내면서 세상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켰다. 그 중심에 선 김성제 감독은 2년 동안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가혹하기도 또 냉혹하기도 한 현실에 좌절할 법도 했지만 그는 진득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때 대한민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던 영화사에서 홍보와 마케팅 프로듀서일을 두루 섭렵했다. 이후 이름만 대면 탄성을 자아낼 흥행작들의 프로듀서로 영화와 인연을 맺어왔다. ‘소수의견’은 김성제란 이름 앞에 ‘감독’이란 직함을 달아 준 첫 번째 작품이다. 그의 화려했던 영화 인생을 지나가고 새로운 인생이 다가온 것이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렸지만 그는 편안했다. 우선은 ‘소수의견’의 개봉을 온전히 즐기고 싶단다.

-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묻겠다. 영화에서 보면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다. 특히 윤진원(윤계상)-장대석(유해진)이 돈을 주고 증인을 매수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 맞다. 이 영화에선 모두가 부당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당하다. 그래서 영문 제목도 ‘더 언페어’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세 가지 챕터로 나눠썼다. 국선 변호인, 언페어, 그리고 소수의견. 철거민이 살인자가 됐다. 그리고 부당함을 느끼게 되고, 법이 박재호(이경영) 법률 대리인 권리는 윤진원에게 줬다. 그때부터 윤진원은 일종의 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영화를 보면 홍재덕의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 자신을 봉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방법으로 온갖 탈법과 위법 투성이 아닌가. 대를 위해 소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진 사회. 그 비극을 둘러싼 법정 안과 법정 밖의 사람들. 각자의 신념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탈법이든 위법이든 불법이든. 해진 선배가 증인에게 돈을 송금하는 장면을 찍을 때 내가 실제로 술 한 잔 먹고 오라고 시켰다. 해진 선배도 제 정신으로는 못찍겠단 눈치였다. 당시 근처에 있던 서촌시장에서 막걸리 한 통을 먹고 와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 사실 이번 ‘소수의견’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시도를 할 생각이었다고 들었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와 세계관 공유를 생각했다고 하던데

▶ 하하하. 어떻게 알았나. 그냥 생각만 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약간의 세계관 공유가 있기는 하다. 영화 속에 서북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 스치듯 등장한다. 이 사건이 사실은 ‘부당거래’에서 등장한 사건이다. 서북부에서 등장한 이 사건을 정권이 막기 위해 다른 사건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하고, 그게 바로 박재호 사건이면 어떨까. 일종의 마블의 세계관 같다고 할까? 생각이었지만 경찰청장으로 ‘부당거래’에 등장했던 이춘연 대표를 다시 캐스팅하고, 당구장 뉴스 화면으로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푸티지 영상으로 흘려 내보내고, 검찰청 로비에서 주양 검사(류승범)가 윤진원 변호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삽입하면 어떨까 싶었다. 우리 영화 영문 제목이 ‘더 언페어’다. 직역하면 ‘부당거래’다. 하하하. 물론 생각이었다.

- ‘소수의견’을 법정 드라마라고 표현하지만 상당히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흡사 액션 영화의 느낌을 갖고 서사를 이끌어 간 듯했다.

▶ 내가 원했던 부분이 그 점이다. 단순한 법정영화? 사회 문제를 다룬 사회파 영화? 난 ‘소수의견’을 언어의 액션 드라마로 봤다. 한편으론 정치 드라마란 느낌도 강했다. 방송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끈 ‘하얀거탑’을 생각해봐라. 그 드라마의 팬인데, 의학 드라마라고 생각하나? 난 ‘하얀거탑’을 정치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소수의견’ 속 인물들은 모두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정치를 하고 있다. 자신의 상황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는 얘기잖나. 물론 각각의 상황이 해석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 어찌됐든 이 영화를 만들면서 레퍼런스도 정치드라마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은 사실이다. 실제 그런 작품들도 많이 봤다. 물론 기본은 언어의 액션 드라마였지만, 정치적인 냄새도 강하게 나기를 바랐다.

- 아마 윤계상이 갑자기 사건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좀 납득키 어려운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선 설명도 생략돼 있고. 이유가 무엇인가. 뒤늦게 정의에 눈을 뜬 것인가.

▶ 만약 그런 점이 눈에 많이 보였다면 다 내 잘못이다. 내 연출력이 전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내 책임이다. 글쎄, 앞서 언어의 액션 드라마, 혹은 정치 드라마라고도 말했는데, 윤진원의 입장에선 성장 드라마라고도 말하고 싶다. 윤계상에게 “왜 윤진원이 갑자기 이 사건에 뛰어든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다. “열 받아서”다. 서울 명문대 출신의 검사 판사들은 다 지들끼리 짜고 치는 듯한 관행으로 뭉쳐져 있다. 윤진원은 사건이나 던져주면 받아서 처리하는 국선변호사다. 그런 커뮤니티 속에서 윤진원은 그저 ‘듣보잡’이다. 그런 윤진원이 어느 순간 자존심에 금이 간 것이다. 열패감이라고 해야할까. 나도 가능하단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뭐 이런 생각이었을 것 같다. 물론 나역시 그랬다. ‘소수의견’을 연출하기 전 감독 데뷔가 연이어 실패를 맞이하면서 시사회도 잘 안갔다. 윤진원에게 내 안에 있는 열패감을 좀 투영시킨 것 같기도 하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 ‘소수의견’은 어떤 영화인가. 그 사건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자는 얘기일 뿐인가

▶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으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사건이 왜 벌어졌고,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거창한 의도라기 보단 이런 모든 점을 보다 상업적으로, 그래야 보다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내 연출력 안에서 풀어내 봤다. 흥행? 개봉 한 것만으로도 난 감사할 뿐이다. 이제 난 ‘소수의견’의 감독으로서 한 발 빠져서 관객들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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