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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정년연장·비정규직 ‘3대 파고’ 직면

통상임금·정년연장·비정규직 ‘3대 파고’ 직면

등록 2015.06.09 14:48

강길홍

  기자

대법원 판결 후에도 계속되는 통상임금 논란정년 60세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 10%대 그쳐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정규직 과보호도 문제

통상임금·정년연장·비정규직 ‘3대 파고’ 직면 기사의 사진

통상임금·정년연장·비정규직 처리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되면서 국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노동계, 경영계, 정부 등 삼자의 입장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풀어내기도 쉽지 않다. 이달 들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각 사업장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3대 노동현안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는 국내 노동시장의 최대 뇌관이자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잘못 낀 첫 단추로 인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과거 미지급 수당의 소급 청구에 대해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전제한 것이 결국 갈등이 씨앗이 됐다.

최근 통상임금 관련 하급심 판결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것도 대법원의 명확하지 않은 판결 탓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통상임금 하급심 판결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에서 대법원 판결에 부분적으로 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한경연은 법원이 신의칙 판단에 있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별도의 독립적인 요건으로 보고 추가 부담총액의 인건비 비중,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당기순손실·당기순이익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회사의 신의칙 항변이 배척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의칙 적용 판단 시 현금성 자산을 근거로 제시한 하급심이 발견되는데, 전문가들은 현금성 자산은 본래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건비에서 추가부담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질임금인상률이 크지 않더라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선우 한경연 연구원(변호사)은 “법원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초과한 과도한 재정적 지출이 사측에 예상된다면 이를 근거로 신의칙 적용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매각 등 기업의 다른 경영결정까지 고려해 이를 신의칙 항변 배척의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임금피크제가 뜨거운 감자다.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법으로 보장되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임금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는 정년 연장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일정비율로 삭감하는 제도다. 노동자는 임금이 줄어도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고 기업은 삭감된 임금으로 청년층 고용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노동구조를 이어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오는 2019년까지 4년간 18만2000여개의 청년층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10대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은 노사가 임금피크제 시행을 합의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시행되는 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 중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13.4%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통상임금이나 연장근로 수당 논란처럼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정년 연장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학계의 판단은 다르다.

지난 3일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진단과 대안’ 토론회에서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의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은 국회 입법이 어려운 환경에서 우회전략으로 판단되지만, 실제 효과 측면에서는 법과 가이드라인의 충돌로 인사관리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구상대로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면,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 임금피크제보다 더 중요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장애물을 조성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현 정부가 마무리하기 힘든 장기 과제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공론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심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서둘러 풀어야 할 현안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는 노동자간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8426원으로 전년 보다 5.1%증가했다. 반면 비정규직은 1만1463원으로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한 노동계와 경영계는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로 다투고 있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준으로 상시·지속성 요건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기간제 근무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대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겸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 완화를 전제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고 노동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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