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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47년 쌓인 앙금, 창업주 손자들이 풀었다

‘삼성-LG’ 47년 쌓인 앙금, 창업주 손자들이 풀었다

등록 2015.03.31 16:30

정백현

  기자

호암-연암, 1968년 삼성전자 설립 두고 감정싸움 격화···동업도 끊어두 기업 간 품질·기술 우위 논쟁 줄이어···국내외서 비판 여론 거세져3세끼리 의기투합 “상호간 싸움은 경제 부흥·품질 향상에 도움 안 돼”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정 공방을 접기로 상호 합의하면서 두 회사는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풀고 대화와 상생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이어가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31일 오후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모든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도 양 기업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이번 화해는 두 기업의 창업주끼리 생긴 오랜 앙금을 3세 자손들이 대화와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 통크게 풀었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깊다.

삼성과 LG가 쌓아온 오랜 앙금의 뿌리는 47년 전인 1968년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연암 구인회 LG 창업주의 다툼에서 비롯됐다.

사실 두 창업주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알던 동반자였다. 경남 의령 출신의 호암과 진주 출신의 연암은 어릴 때 진주 지수보통학교를 함께 나왔고 자라서는 형-동생을 넘어 사돈 관계로 발전했다. 둘은 방송업(TBC 동양방송)에도 동업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돈독했다.

그러나 1968년 박정희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전자 산업 육성책을 발표한 후 호암은 삼성의 전자 산업 진출을 검토한다. 연암과 골프 회동에 나섰던 호암은 연암에게 “삼성이 전자 산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운을 띄웠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당시 국내 가전 시장을 독식하던 ‘개척자’ 금성사(현 LG전자)의 입장에서 삼성전자의 탄생은 반가울 리 없었다. 실제로도 삼성의 전자 산업 진출을 강하게 반대했다. 금성의 거센 반대에 정부는 ‘생산품 전량 수출’의 전제를 달고서야 삼성의 전자 산업 진출을 허용했다.

삼성은 기술 혁신과 공격적 마케팅을 앞세워 금성을 맹추격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두 기업의 경쟁은 물고 물리는 대접전 양상으로 번졌다. 그 속에서 숱한 감정싸움과 법정 공방이 오갔고 이들의 싸움은 선의의 경쟁보다 재계의 대표적인 ‘이전투구’의 사례로 비춰졌다.

특히 이들 기업의 싸움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어지자 사회 안팎에서는 “대내외 경제 부흥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업들이 싸우기에만 몰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들 기업의 싸움은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서로 깎아먹는 우를 범하게 됐다.

오랜 반목과 갈등을 푸는 역할은 두 기업의 창업 3세가 맡았다. 합의서에는 실명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 경영진의 대승적 결정에 따른 합의’라는 표현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구본준 LG전자 부회장 형제가 가문 사이의 오랜 앙금을 풀고 화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 사람은 나란히 창업주 호암과 연암의 손자들이다.

창업 당시와 달리 현재 두 기업 모두 국내외 시장에서 대한민국 가전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성장했다. 그런 만큼 소모적인 싸움보다는 대화와 상생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기업이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접기로 한 만큼 품질과 서비스, 마케팅 측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두 기업이 대화로 문제를 풀고 협의할 대목에서는 서로 상생한다면 국가 경제에 미칠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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