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3일 화요일

  • 서울 15℃

  • 인천 13℃

  • 백령 11℃

  • 춘천 13℃

  • 강릉 11℃

  • 청주 17℃

  • 수원 12℃

  • 안동 13℃

  • 울릉도 12℃

  • 독도 12℃

  • 대전 16℃

  • 전주 14℃

  • 광주 14℃

  • 목포 14℃

  • 여수 14℃

  • 대구 12℃

  • 울산 11℃

  • 창원 13℃

  • 부산 12℃

  • 제주 15℃

금융권, 정년연장 시작되나?

금융권, 정년연장 시작되나?

등록 2013.07.08 14:13

수정 2013.07.08 14:31

박일경

  기자

기업銀, 국내 금융권 ‘최초’로 59세 정년보장 시간제 100명 채용

SC은행, 이달부터 정년 62세 연장프로그램 실시
KDI “임금조정 없는 정년연장 청년고용에 악영향”

사진제공=IBK기업은행사진제공=IBK기업은행


정부의 만 60세 정년연장 정책에 대해 은행권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전체로 정년연장이 확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정년이 보장되는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한다. 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이달부터 62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창구텔러·사무지원·전화상담원 분야에서 정년보장 시간제 근로자 100명을 채용한다. 과거 은행권에서 일하다가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긴 여성인력에게 가장 먼저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공단 인근, 유동인구가 많은 영업점 등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지점이나 고객센터에 주로 배치된다. 시간제 근로자인 만큼 하루 4시간, 반일제 근무를 한다. 일하고 싶은 시간대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SC은행은 지난달 정년연장 프로그램 가입 희망자를 받고 이달부터 62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프로그램의 운영에 들어갔다. 선정된 직원은 정년이 만 62세로 연장되며 실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영업직군으로 전환된다.

직전 연도 기준으로 연봉의 2배 실적을 올려야 기존 연봉 100%를 받을 수 있다.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등 기존 복지는 유지된다. 신청 조건은 15년 이상 근무한 45~54세 직원으로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년 58세가 유지된다.

기업은행과 SC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있어 정년연장 움직임이 확대될 전망이다.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현재 내부적으로 신규채용을 줄이는 대신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업은행과 같은 시간제 근로자 채용방식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즉시 전력감을 구할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양질의 시간제 근로 일자리 확대’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능숙한 업무처리로 대기시간을 줄여 고객에게는 만족도를 높이고, 채용된 인력에게는 은행 경력을 되살려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은 정년연장에 관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SC은행의 정년연장 프로그램을 두고 논란이 뜨거운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SC은행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은행에서 하고 있는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와는 다른 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달 SC은행이 20여일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접수를 받은 결과, 신청자는 20명에 그쳤다. 신청 대상자인 ‘만 48세 이상인 부장급, 만 45세 이상인 팀장급’ 직원들이 1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2% 수준이다.

성과급제 전환으로 기존 연봉을 100% 보장받기 위해서는 연봉의 2배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실적 압박으로 신청을 주저한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신청자 20명의 분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가는 달라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청자 중 12명이 54세였는데, 1000여명의 신청대상 직원 중 54세 직원은 총 19명이고 이중 12명(63.1%)이 정년연장을 선택한 셈이라는 것이다.

SC은행 관계자는 “매분기 접수가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54세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첫 시행인 탓에 직원들 사이에 검증되지 않은 제도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눈치를 보는 경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정년연장 법안 통과 이후 남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임금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청년의 신규채용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정년연장의 수혜자가 공공부문이나 노조가 있는 부문 등에만 이뤄져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월 재계의 거듭된 반대를 무릎 쓰고 재적 197명 가운데 찬성 158명, 반대 6명, 기권 33명으로 만 60세 정년 보장을 골자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ad

댓글